손발 못맞추는 '김앤장'…불거지는 '동반퇴진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8.08.24 04:31

[the300][흔들리는 김앤장]①성과 못내고 불화…'무능'이면 직을 거는 것도 무의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영표 더불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김 & 장’이 흔들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이다. 외부의 흔들기나 과도한 해석 탓으로 돌리기엔 흔들리는 진폭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팀워크’를 당부한 것은 ‘불화’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투톱'의 손발이 안 맞으니 정책 생산 라인이 헛돈다.

‘소득주도성장 VS 혁신성장’의 담론 구도는 사치다. 그저 철학없는 두 사람의 갈등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경제 성적표는 악화된다. 둘 사이의 승패는 의미 없다. 동반퇴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장 실장은 단순 참모가 아니다. 경제정책의 철학적인 면을 뒷받침한다." 6월만 해도 장 실장을 옹호했던 청와대 내부 기류다. 그에 앞서 장 실장을 칭송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책실장의 본업을 잘 해내서가 아니었다. '와튼스쿨 동문'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통하는 만담가, 분위기 메이커, 청와대 내 과도한 알력 다툼을 막는 어른의 역할. 분위기가 좋을 때야 얼마든지 말이 되는 얘기다. 그러나 냉정한 '숫자'로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자 잠재했던 리스크가 폭발했다.


청와대는 ‘김앤장’ 갈등에 말을 아낀다. 겉으론 ‘흔들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을 걸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기회를 준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한 관계자는 경제철학을 언급하며 "장 실장이 흔들리면 다 흔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관료 사회 저항이라고 포장되지만 ‘실력’으로 장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김 부총리를 향한 시선도 비슷하다. 실력과 철학에 대한 신뢰와 의심이 공존한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일자리 확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문재인 정부의 네 바퀴 성장론이다. 일자리 확대를 궁극적인 가치라 보고 나머지 셋을 '세 바퀴'로 부른다. 대선시절 '동반 성장'이던 것이 집권 후 '공정경제'로 바뀌었을 뿐 큰 틀은 대선기간과 같다.


이는 문 대통령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의 경제브레인들이 모인 곳이다. 국민성장의 소장이 조윤제 주미대사, 추진단장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었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해외의 임금주도성장을 국내실정에 맞게 소득주도성장으로 바꿔 네 바퀴 중 하나로 장착한 주역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있다. 캠프에 공식합류한 건 2017년이지만 2016년부터 대선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을 만나 일자리 정책, 재벌개혁 등에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걸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조윤제 등 기존 경제브레인 외에 김상조도 포용한 끝에 '사람경제 2017' 구상을 냈다. 일자리 마련을 통한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이 과정 어디에도 장 실장은 없다. 집권 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영입됐을 뿐이다. '혁신성장=김동연'이라 볼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혁신성장의 사령탑으로 지목했지만 정책관리자의 책무를 준 것이다.
계속되는 불화설에 휩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에 출석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김앤장' 두 사람은 각각 권위있는 학자, 유능한 경제관료로 평가된다. 그 점에서 역할도 분명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주류경제학계와 관가에 '뿌리'가 깊지 않았다. 누구라도 실력과 명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장 실장이 버팀목이 돼 줬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공직자들을 움직이는 지렛대이자 창구였다.

단 정권의 탄생에 기여한 '지분'이 없고 정부 정책의 '철학'도 자기 것이 아닌 데서 한계가 드러났다. 지분이 없으니 우군이 없다. 철학의 부조화는 신뢰를 깎는다. 게다가 실력 발휘도 안 된다. 둘의 공수는 중요하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나 혁신성장의 좌절도 아니다. 양쪽 모두 '도마'에 올랐고 승패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패자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장하성) 혁신성장(김동연) 공정경제(김상조)의 세 바퀴가 동시에 도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결과는 사실상 김상조라는 하나의 바퀴만 돌고 있는 셈이다. 그건 다행이지만 다른 두 바퀴의 회전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공정 경제’ 메시지조차 사라진다. 정책은 없고 ‘보완 대책’만 즐비한 게 2018년 경제팀이다.

"제가 웬만해선 사람 잘 바꾸지 않습니다." 참모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문 대통령은 다소 설익은 개각론이 나왔을 때도, 일부 장관들이 설화나 구설수에 말렸을 때도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하지만 ‘팀워크’나 ‘직을 거는 자세’로 넘을 수 있는 상황인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결국 사람이다. 철학이 없으니 팀워크를 꾀할 수 없고 능력이 없으니 직을 거는 것조차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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