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 사이먼 피츠모리스 얘기다. 그는 루게릭병의 일종인 운동뉴런증 진단을 받으면서 행복했던 삶이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난다. '어둠이 오기 전에'는 자신의 몸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 몸으로 느끼며 처절하게, 혹은 담담하게 써내려간 회고록이다.
몸이 마비되고 말도 할 수 없게 된 피츠모리스가 동공을 추적하는 컴퓨터 기술인 '아이게이즈'를 이용해 한글자씩 써내려갔다. 진지하지만 그만의 뛰어난 상상력, 재기발랄함은 글자 하나 하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문학과 영화에 빠진 유년기부터 아내 루스를 만나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비롯해 투병 과정까지 담았다. 웃음과 유머, 로맨스, 감동, 슬픔과 두려움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마치 온갖 장르의 영화가 책 한권에 옮긴 듯 하다.
몸은 죽어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자 했던 피츠모리스의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어둠이 오기 전에=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흐름출판 펴냄. 216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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