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10년째 50만원…이제 곧 고등학교 가는데"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8.08.24 05:01

[the L] [Law&Life-'딴세상' 양육비 ①] 양육비 한번 정하면 끝…독일, 2년마다 물가 연동해 양육비 조정



#10년 전 이혼한 A씨는 최근 전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아이의 양육비를 올려달라는 양육비변경신청을 냈다. 이혼 당시 여섯살이던 아이의 양육비로 5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전남편은 제대로 주지 않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어떻게든 육아를 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고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이대로 키우기엔 감당이 안 된다고 판단한 A씨는 아이 아빠인 전남편에게 밀린 양육비와 아이의 학비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전남편은 이를 거부했다. A씨가 법원에 양육비변경신청을 낸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만6030쌍이 이혼했다. 인구 1000명당 2건, 기혼자 1000명당 약 4명 꼴이다. 이 가운데 47%가 미성년 자녀가 두고 있었다. 현행법상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법에 따라 한쪽이 양육을 맡고 다른 한쪽은 합의에 따라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한번 정해진 양육비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 물가가 올라도, 자녀가 자라도, 학비가 올라도 이혼 당시 정해진 그대로다. A씨처럼 아이가 여섯살일 때 이혼한 뒤 10년이 지나 아이가 중학교를 마칠 열여섯살이 돼도 마찬가지다. 양육비 산정 방식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 오르고 아이는 자라는데"...양육비 한번 정하면 '끝'

부부는 이혼하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인 만 19세까지 양육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진다. 민법 제837조 제1항은 미성년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할 경우 양육자 및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의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양육비는 이혼할 때 양측의 합의에 따라 정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원이 정해준다. 이혼 당시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나이 등이 고려 요소다. 가정법원이 마련한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르면 이혼 시점에 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미성년 자녀의 나이가 많을수록 양육비는 높게 책정된다. 자녀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양육비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혼 당시 자녀가 어리다는 이유로 낮은 양육비가 한번 책정되고 나면 아이가 커도 양육비는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자녀가 자라면서 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등 사정이 생길 경우 양육비를 다시 산정할 수는 있다. 민법과 가사소송법 등은 양육비를 정한 이후에도 물가가 양육비 협의 또는 지정 당시보다 오른 경우, 또 자녀가 상급학교에 진학해 학비가 증가한 경우 등에는 양육비 증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양육비를 새로 정하면 좋겠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양육비변경을 청구해 양육비를 다시 산정받을 수 있다.

◇"자녀 나이에 따라 양육비 자동 증액되게 해야"

그러나 이 역시 간단치 않다. 소송인 만큼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 양육비를 정해줘도 자녀를 키우지 않는 쪽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소송 때문에 돈은 돈대로 들이고, 실제 양육비는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양육자 입장에서 양육비 증액 청구가 부담이 되는 이유다.

또 양육비 증액을 청구한다고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윤보미 변호사는 "사정 변화에 따라 양육비변경 신청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판사들이 처음 양육비가 판결이나 조정을 통해 책정됐을 때 당시의 사실관계 정황을 고려해 합의하거나 판결이 내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경이 용이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혼 과정에서 처음부터 법원이 자녀의 성장과 물가상승 등에 따라 앞으로 늘어날 양육비까지 고려해 구체적으로 연령별 양육비 증가분을 결정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변호사는 "이혼을 하면서 양육비를 정할 때 자녀 성장에 따른 부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법원에서 처음부터 자녀의 나이에 따라 양육비가 증액되도록 결정해줄 수 있다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법무부에서 2년마다 생활물가에 연동해 양육비를 조정해준다. 부양의무자가 자녀의 연령에 상관없이 자녀를 평균 생활수준으로 키울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커가면서 생활비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양육비를 자동으로 조정해주기 때문에 별도로 양육비 증액을 청구할 필요가 없다. 만약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을 경우 아동복지관이 보좌인이 돼 법원 재판과 강제집행까지 대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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