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되니 기분이 좀 그래"…작별 앞둔 이산가족들

머니투데이 금강산=공동취재단, 권다희 기자 | 2018.08.22 09:10

[the300][이산가족 상봉]오늘 1차 상봉 끝…"마지막 상봉이라니"·"반가운데 슬퍼"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북한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 가족들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회차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남측 가족들의 숙소인 외금강호텔엔 이른 아침부터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 이들이 많았다.

체크아웃을 마친 가족들은 짐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만나게 된 기쁨과 함께 ‘너무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피로 누적 등 건강문제로 전날 오후 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달인(92·남)씨는 가족들과 이른 아침 식사 후 호텔 인근 금강약수로 산책을 나섰다.

북측의 동생 유덕(85)씨와 조카 김희봉(53 남)씨를 만난 김달인씨는 ‘식사 잘 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인사에 “네”라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김달인씨의 배우자 황정희씨는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북에서 만난 김달인씨의) 여동생이 첫날부터 오빠가 그리웠어란 말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김유덕씨는 70년전 오빠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에 가지고 나와 계속 보여줬다고 한다. 황정희씨는 “마지막 날이 되니 기분이 좀 그래”라고 말했다.

북측 조카 리금순(71·여), 광필(61·남) 씨를 만난 이관주(93·남)씨와 남측 동생 병주(90)씨도 호텔 앞 벤치에 앉아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북의 형은 이미 사망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조카들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병주씨는 “이번에 만나서 이산가족의 한은 풀었어. 마음의 짐은 이제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라며 "이번에 우리 큰 아들도 데리고 왔어. 아들들한테 이제 인계 한 거야. 이제 우리는 뿌리는 찾았으니까 애들에게 맡기고 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수(81·남)씨도 마지막 상봉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면서 “나이들이 많다 보니 이번에 보는 게 마지막일 것 같아서 걸리는 게 그거 하나”라고 답했다.

배순희씨(82·여)도 “3일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며 “마지막 상봉이라고 하니 아쉽다”며 “어릴 때 많이 투닥거렸던 연년생 동생을 만나고 싶었는데 지난해 사망했다고 들었다. 큰 언니도 좀 더 빨리 왔으면 만났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배순희씨는 "이번에 만난 다른 동생은 나랑 나이 차이가 좀 나는데 나보다 더 주름이 많아서 옛날 얼굴을 전혀 몰라 보겠더라"며 "근데 그제 어제 몇시간씩 만나니 이제 얼굴에서 어릴 때 모습이 보이더라. 3일이라도 만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둘째날 밤에도 특별한 응급환자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의료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번 회차엔 처음으로 119 구조대도 동행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갈수록 심해질 것 같아 정말 고민해 봐야 한다"며 "인천, 경기에 실향민들이 많이 사니 상봉장소를 합의하에 좀 조정하거나 하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측 89가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작별상봉' 등 3시간의 상봉 뒤 버스를 통해 속초로 되돌아 가는 것으로 2박3일의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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