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들었다"→"웃음 참았다" 종근당 기사들 진술번복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8.08.20 21:51

[theL] 전직 운전기사 "경찰이 원하는 이야기하면 조사 빨리 끝날 줄 알았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운전기사들을 향해 '갑질'을 일삼은 혐의로 기소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재판에 당시 운전기사가 증인으로 나와 "이 회장은 폭언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 회장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김모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경찰 단계에서 이 회장이 뒷좌석에 앉아 버스 전용차로로 주행하라고 지시하고, '내 말 안 들어. 짤리고 싶어. 이 꼴통XX야' 등 폭언을 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김씨는 "이 회장이 신호위반이라도 해서 빨리 가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 4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심한 욕을 듣진 않았다"고 답했다.

김씨는 "가끔 어쩌다 한 번씩 욕설을 듣긴 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며 "당시 이 회장에게 욕을 듣는 것보다 그의 특이한 어조를 듣고 웃겨서 웃음을 참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질책과 가끔씩 욕을 들었다는 게 진실이고, 그 욕도 심하지 않았다"며 "제가 실수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김씨가 법정에서 진술 취지를 바꾸자 홍 부장판사는 "이 회장은 증인의 말에 근거해 기소된 것인데 그럼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씨는 "저는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조사 당시 형사가 '욕을 들었냐'고 질문해 '네'라고 답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진술 취지를 바꾼 것에 대해 김씨는 "조사 당시 늦은 시간이라 다음날 일찍 출근해야 해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대충 말했다"며 "경찰이 원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면 (조사가) 빨리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렇다면 '짤리고 싶어' 같은 말도 경찰 조사관의 머리에서 나온 말이냐"고 물었다. 경찰이 이 회장으로부터 어떤 욕설을 들었는지까지 지어내서 조서를 작성했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김씨는 "제가 꺼낸 말인 것 같다"면서도 "당시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심정이었다"고 답했다.

다른 전직 운전기사 박모씨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 때 "교차로에서 노란 신호에 정차하려 하자 이 회장이 꼴값 떨지 말고 그냥 가라고 했다"며 폭언에 시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박씨는 "이 회장은 '임마' '그냥 가' 정도는 말했지만 폭언은 없었다"고 했다. 홍 부장판사가 "꼴값 떨지 말고 그냥 가라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박씨는 "(경찰의) 짜깁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4년간 운전기사 6명에게 폭언을 하며 불법운전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 6명이 일관된 진술을 했고, 이 회장의 언행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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