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급한 불 끈 터키, 그러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8.16 15:01

카타르, 17조원 긴급 지원…독일, 지원 가능성도 커져
리라화 가치 이틀 새 13.5% 상승…"근본 원인 여전, 신흥국 위기 여전"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을 환영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카타르 국왕은 이날 외환 위기를 맞은 터키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리화 가치 폭락으로 시작된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이 일단 안정세로 돌아섰다. 터키 정부가 외환 거래를 제한하는 등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카타르가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과의 갈등도 계속되면서 터키의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지난 14일 7.69% 내린 데 이어 15일에도 5.81% 하락하며 달러당 5.9849리라로 마감했다. 달러당 리라 환율이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6리라 대를 돌파한 지 5일 만에 다시 5리라대로 떨어졌다. 올해 초보다 90% 넘게 가치가 폭락하던 리라화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리라화 가치가 반등한 이유는 터키 정부의 강력한 환율 방어 조치 때문이다. 터키 은행규제감독기구(BDDK)는 지난 13일 자국 은행의 외환 스와프(교환) 거래를 지분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15일에는 이 비율을 25%로 축소했다. 또한 외환 거래 레버리지 비율을 1대1로 설정하고 이를 다음달 3일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거래는 보통 자본보다 훨씬 큰 비율의 레버리지(차입)가 가능한데, 이를 아예 금지해 외환 거래 규모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카타르가 터키에 긴급 자금 150억달러(약 16조9500억원)를 수혈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리라화 안정에 도움을 줬다. 이날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를 국왕은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규모의 직접 투자를 약속했다. 또 터키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독일이 터키를 지원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하고 양국 재정부 장관의 만남을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의 측근을 인용해 "독일이 아직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대화는 양국 관계의 밀접한 관계를 반영한다"면서 "독일은 터키가 금융위기를 피하기를 원하며, 혼돈에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측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음달 28일 독일을 국빈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가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문제다. 터키 정부의 미국인 목사 구금을 빌미로 경제 제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터키가 미국인 목사를 석방해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터키는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부당하게 다루었으며, 우리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터키 쿠데타를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50%, 2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으며, 터키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등에 100%가 훌쩍 넘는 관세를 부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간 신흥국들은 넘치는 돈을 부동산 등에 투자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제 그것이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할 빚 부담이 됐다"면서 "전문가들은 터키 위기가 1994년 멕시코, 1997년 아시아에서 벌어졌던 외환위기처럼 신흥국 전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 싱가포르지점의 로버트 슈바라만 신흥시장 전문 연구원은 "이번 터키 사태는 신흥시장이 마주한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는 하나의 징조"라며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위험에 처하면서 다른 신흥국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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