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보약과 독약사이' 금융 규제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08.17 05:23

[기고]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국민들의 금융업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손쉬운 방법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예대마진을 먹으려면 고도의 심사능력과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봐야 소용없다.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여지없이 이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넘친다. 이익을 내야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위기에 대처할 버퍼를 마련할 수 있지만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이익을 못 내면 경쟁력이 없다고 또 욕을 먹는다. 금융업 종사자들은 억울하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금융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과거 90년대 말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우리나라 자금시장은 항상 초과수요 상태였다. 돈 가진 쪽이 갑이었다. 기업하는 이들에게 은행원은 상전이었다. 그 때 은행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러다 터진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국민세금이 들어갔다. 당시 외환위기가 금융권만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부동산 붐과 함께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계는 빚으로 허리가 휘는데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손쉽게 돈을 벌고 억대 연봉을 누린다. 얄미울 수 밖에 없다. 거기다 금융회사 직원의 횡령, 고객 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채용비리, 증권사 배당사고에 대출금리 조작도 벌어졌다. 신뢰가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금융혁신 전략이 나왔다. 금융권 쇄신, 금융산업 경쟁 강화, 생산적 금융 및 포용적 금융의 강화가 제시되었다. 금융권이 쇄신을 통해 그 동안의 잘못들을 바로 잡고, 경쟁을 강화해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본연의 역할인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고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챙기자는 것이다.

좋은 내용들이다. 이대로만 실천해도 우리 금융산업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무언가 잘 안되던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내용들이다. 좀 더 미래지향적인 발전전략들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에서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02년 7.2%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여 2017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선진국인 미국(2015년 7.3%)이나 영국(2016년 6.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금융회사 종사자 수도 2012년 28만 5000여명에서 2017년 26만 7000여명으로 약 6.3%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7% 정도 증가한 것과는 대비된다.


우리나라 금융업이 점차 활기를 잃고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이 너무 커진 선진국들은 규제 강화로 이를 좀 줄여가는 모습이지만 우리가 그 정도는 아니다. 금융이 발전해야 실물부문도 동반성장할 수 있다. 소비자보호 및 리스크관리와 관련된 규제와 제재 수준은 대폭 강화하여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을 높이자. 그 바탕에서 금융산업 자체의 발전전략을 만들자. 특히 진입장벽은 낮추고 영업규제도 완화해 시장에 경쟁과 창의가 넘치도록 하자. 이를 통해 경쟁력 없는 금융회사는 도태되고 남은 금융회사들이 강한 경쟁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자.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규제 때문에 망하지도 않고 규제 때문에 경쟁력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금융회사들도 실력을 길러야 한다. 언제까지나 손쉬운 담보대출에만 의지해 돈을 벌 수는 없다. 피가 잘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 금융이 활기를 띄어야 경제가 건강해진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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