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만 먹고 판다" 메릴린치 단타 실력 '수준급'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8.08.17 04:00

[메릴린치 미스테리]②메릴린치 실전 단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인간 아닌 AI 알고리즘 매매"

편집자주 | 한국 주식시장에 지난해부터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해 대규모 자금으로 단타를 치는 정체불명의 펀드가 출현해 논란이다. 코스피 대형주에서 코스닥 소형주까지 가리지 않고 단기 매매로 수익을 내는 메릴린치 창구의 행태에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메릴린치 창구 논란과 그들의 정체, 매매 패턴과 제도적 문제를 짚어본다.

투자자들이 시세조종과 시장교란행위라고 지적하는 메릴린치 창구의 단타(단기투자) 패턴은 다양하다. 증권업계 브로커들은 "매일 메릴린치 창구 단타가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 매수, 매도에서 공매도, 이벤트 드리븐(수익창출 기회가 발생하면 빠르게 매매하는 전략)까지 전략이 다채롭다"고 말했다.

◇오전에 사고, 오후에 팔고…"1%만 먹고 빠진다"=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은 글로벌 연기금에서 헤지펀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단타 메릴린치'로 불리는 메릴린치 창구는 짧은 호흡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단기 매매로 매우 특징적인 패턴을 보인다.

일례로 8월6일, 코스닥 종목 파라다이스는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9시 정각 파라다이스 주가는 0.27% 오른 강보합세로 거래를 개시했다. 9시3분부터 메릴린치 창구에서 순매수 유입이 시작돼 2분, 4분, 10분 간격으로 매수 주문이 체결됐고 주가는 10시 정각에 5.96%까지 올랐다.

메릴린치 창구 매수세는 12시49분까지 지속돼 총 23만9751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다 12시49분부터 오후 2시25분까지 매매가 멈췄다.

주가는 오전 11시14분 7.86%까지 올랐다. 5.15%로 상승 폭이 줄어든 오후 2시26분 갑자기 메릴린치 창구에서 10만1156주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이후 오후 3시30분 장 마감까지 메릴린치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고 파라다이스는 4.07%로 마감했다. 당일에 산 물량을 모두 당일 청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8월6일 코스닥 종목 우리기술투자에서도 유사한 메릴린치 창구 매매가 발생했다. 오전 10시까지 메릴린치 창구에서 19만5120주 순매수가 순차적으로 체결됐다가 10시5분 16만4216주를 단박에 던지고 이후에도 매물을 내놓으며 빠른 속도로 치고 빠졌다.

양사 매매로 메릴린치 창구가 취한 이득은 1~2%로 추정된다. 펀드매니저들은 "여러 종목에서 매일 이 정도 수준의 확정 수익을 취한다면 대단한 실력"이라고 평했다.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매매…"인간의 매매 아냐"=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활동하는 단타 펀드는 주로 장 초반 거래량이 증가할 때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실적 공시나 호재성 뉴스가 알려질 때 빠른 속도로 개입한다.

예를 들어 악재 뉴스가 터져 특정 종목 주가가 10% 하락하면 메릴린치 창구에서 대량 매수가 유입돼 주가를 떠받친다. 메릴린치 창구 매수로 주가가 올라오면 이 투자주체는 다시 주식을 매도해 약간의 수익(1~2%)을 취하고 빠진다.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패턴을 유지하면서 주가 안정에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원하는 가격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세 조종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임종성 CIMB증권 상무는 "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는 매매는 펀드매니저가 손으로 하는 매매하고는 구분되는 AI 매매"라며 "펀더멘탈(기업 기초체력)에 입각한 매매 규칙을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매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타 매매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메릴린치가 시장을 교란한다'고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AI에 입각한 알고리즘 매매는 기본적으로 리스크(위험)를 최대한 회피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권용진 엔트로피 트레이딩 대표는 "알고리즘은 리스크에 베팅하기보단 최대한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며 "컴퓨터 알고리즘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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