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먹다 남긴 음식 팔아도 불법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8.08.17 05:01

[the L][Law&Life-재활용 뷔페 ①] 현행 법령상 뷔페 음식은 재사용해도 '합법'…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최근 해산물 뷔페 '토다이'가 음식물 재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조리사들이 언론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이곳 주방장은 단체 채팅방에 구체적인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음식 재사용을 지시했다. 점심시간에 내놨던 회를 데쳐 저녁시간 요리에 사용하는 식이었다. 저녁에 남은 것은 다음날 점심에 쓰였다.


레시피는 팔다 남은 연어 회로 밥을 말아 연어 롤을 만드는 식이었다. 중식이나 양식 코너에서 남은 튀김도 롤을 만드는 재료로 재활용됐다. 토다이 측은 손님이 먹다남긴 음식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다 비난이 이어지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뷔페 음식은 재사용해도 불법 아니다?

토다이가 처음 음식 재사용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이 규칙 제57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식당에서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은 다시 사용·조리하거나 보관할 수 없다. 부패하거나 변질되기 쉬워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 식재료들을 재사용하는 것은 더욱 엄격히 금지된다. 다만 위생과 안전, 신선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3가지 종류의 식품들은 예외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첫 번째 예외는 조리·가공이나 양념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씻기만 해도 다시 상에 올릴 수 있는 식재료다. 고깃집에서 나오는 상추·깻잎·통고추·통마늘 등 채소와 방울토마토·포도 같은 과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메추리알·완두공·바나나·땅콩처럼 껍질째로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는 식품들이다.

세 번째는 뚝배기처럼 뚜껑이 있는 용기에 뒀다가 집게나 국자 등으로 손님이 알아서 덜어먹을 수 있게 제공되는 음식들이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김치·깍두기나 소금·고춧가루·후추 등 양념이 여기에 해당된다. 토다이 측은 뷔페가 세 번째 예외규정에 속한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뷔페음식은 손님들이 덜어갈 수 있게 진열됐던 것일 뿐 손님 상에 직접 올랐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다.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소비자가 위생을 걱정할 만한 사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법령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뷔페를 간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토다이 정도면 한 끼에 3만~4만원씩 내고 가는 곳인데 소비자들이 그 돈 내고 재사용한 음식을 먹어왔다는 것 아니냐"며 "혹시 다른 뷔페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지는 않았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김모씨도 "그렇게 문제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음식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안내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토다이 측은 "잘못을 인정한다. 재조리 과정을 전면 중단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일각에서는 이번 토다이 사건을 계기로 음식물쓰레기 배출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식물 재사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1만5340톤에 달했다. 환경부는 "전체 음식물의 7분의 1이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는데, 대표적인 게 온실가스다. 소나무 148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없어질 만큼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 중 57%가 음식물 유통·조리과정에서, 나머지 30%가 먹고 남겨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최소 연간 20조원이 소모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식당 입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음식을 재사용하거나, 손님이 음식물을 남기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식약처에서 음식물 재활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면 식당은 손님이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일부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면 환경부담금을 음식 값에 더해 받겠다는 문구를 붙여놓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실효성이 없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안내 문구를 모든 손님이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놨고, 손님이 이 문구를 보고도 식사를 했다면 손님에게 환경부담금 납부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환경부담금이 법률에 근거한 부담금은 아니지만, 그 실질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냐에 관계없이 일종의 약속이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손님이 '전혀 몰랐다' 이런 식으로 발뺌할 경우 강제로 부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경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드물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음식물을 남기면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2.7%에 불과했다. 설문대상 중 74.2%가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도 음식 값에 포함돼 있다'고 대답했다. 식당 주인이 이런 손님들에게 환경부담금을 받아내려면 다퉈야 하는데, 영업 중에 손님과 갈등을 선택하는 주인은 거의 없다. 분식 뷔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손님들이 알아서 먹을 만큼만 가져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4. 4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
  5. 5 "현금 10억, 제발 돌려줘요" 인천 길거리서 빼앗긴 돈…재판부에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