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엄마는 술과 애인에 빠져 자식에게는 무관심한 사람이다. 마음속에는 늘 엄마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엄마는 겨우 잡은 손을 교묘하게 놓기 일쑤였다. 엄마 곁을 떠나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왔는데 엄마가 이제 같이 살기를 원한다는 걸 알았을 때 저자는 혼란에 빠졌다. 엄마에 대한 상처와 분노를 극복하고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원망하는 마음은 그대로였다.
힘들게 엄마와 함께 살기를 결정했지만 묵은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손녀와 할머니도 서로의 존재를 거북해 하기 시작했다. 한 세대에서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그 세대에 그치지 않고 대를 넘어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과 엄마의 관계에 투영해 엄마의 삶이 딸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깨달은 저자는 더이상 자기연민에 빠져 있지 않고 더는 자책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침내 엄마를 이해하기로 한 것. '여느 엄마 같지 않아도 그래도 엄마는 엄마니까.'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받아들인 후 저자는 드디어 엄마에게 이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나도 사랑해요."
◇엄마, 나 그때 너무 힘들었어=케이티 해프너 지음. 홍한별 옮김. 행성B 펴냄. 360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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