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3일 불거진 경찰의 이른바 '머리채 논란' 때문이다. 서울 강남서 기동순찰대 소속 A경위가 여성 주취자를 깨우는 과정에서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영상이 공개됐다. A경위의 행동은 분명히 과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년간 주취자의 아찔한 모습을 지켜봤던 학습효과다.
개인의 문제만 지적하고 넘어간다면 똑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주취자 대응 행동지침(매뉴얼)'도 없이 A경위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지도부도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주취자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과도한 음주문화 개선이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7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범죄 166만여 건 가운데 약 30%가 주취 범죄다. 술에 취해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주취 범죄에 대해 형을 줄여주는 '주취 감경제도'도 여전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대한 술 문화가 주취 범죄를 낳는다"며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머리채 논란'이 불거지자 사건이 발생한 신사동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잘못이 없는 A경위를 왜 처벌하느냐는 게 골자다. 유흥가 일대의 주취자에 이골이 난 주민들의 당연한 반응이다. 밤거리를 가득 메운 주취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일선 경찰들이다. 그들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음주 습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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