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팔아라" 리포트에 6000억 더 산 개미…"반도체 가즈아"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8.08.12 08:00

[행동재무학]<230>8월 반도체주 추락…개미의 손실 대응책은

편집자주 |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반도체주를 갑자기 매도하라고?”

8월 초 반도체주가 갑작스레 된서리를 맞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갑자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면서 사실상 ‘매도하라’고 하자 관련주들이 동반 급락했다.

모간스탠리는 6일 SK하이닉스에 대해 갑자기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두 단계나 하향조정했다. 이후 9일 글로벌 반도체업종에 대해서도 투자의견을 ‘주의’(cautious)로 강등했다. 주의는 모간스탠리의 가장 낮은 투자의견이라 사실상 매도에 해당한다.

이로써 SK하이닉스 투자의견 하향으로 촉발된 반도체주 고점 논란은 글로벌 반도체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6일 모간스탠리의 비중축소 하향 소식에 4.7% 급락했다. 그리고 10일 모간스탠리의 글로벌 반도체업종 투자의견 하향조정 소식이 전해지며 또 다시 3.7% 급락했다. 이날 글로벌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한 때 4% 넘게 급락하며 52주 최저치에 근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종목이다.

대만 최대 반도체업체인 TSMC는 10일 0.8% 하락했고, 유럽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온(Infineon AG)은 주가가 4.1% 급락했다. 미국 최대 D램 업체인 마이크론(MU)은 1.7% 하락했고, 미국 최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는 주가가 2.1% 떨어졌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과 어드밴테스트(Advantest)는 각각 3.6%, 4.9% 급락했다.

SK하이닉스가 7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간스탠리의 반도체주 투자의견 하향조정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외국인은 7월 SK하이닉스를 3207억원 순수하게 사들였다. 그러나 8월 들어 10일까지 3944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SK하이닉스는 8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 1위로 뒤바뀌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월 들어 8일까지 2681억원 어치를 순매수 하며 직전 2개월 동안의 순매도 기조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9일 돌변하며 1100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팔아 치웠다. 이어 10일 657억원을 추가로 순매도 했다.

SK하이닉스와 같이 증권사가 갑작스레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해 주가가 급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손실에 그대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때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보통의 개미들은 손절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주가 급락이 일시적이라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였다는 모간스탠리의 주장이 맞는다면, 주가 하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모간스탠리는 반도체업종이 향후 12~18개월간 시장수익률을 하회(underperform)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말로 모간스탠리가 맞는다면, 반도체주 투자자들은 어찌해야 할까?

첫 번째 대응책은 손절매 하는 것이다. 특히 오랜 기간 투자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손절매 하는 게 상책이다. 손절매 한다면 지금 손실 규모가 5%가 안 되는지, 혹은 10%가 넘었는지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일부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6일 모간스탠리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을 때 기관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각각 740억원, 1446억원 털어 버렸다. 10일에도 기관과 외국인은 합쳐서 총 1548억원 순매도 했다. 삼성전자도 일부 기관과 외국인은 손절매 했다. 10일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904억원, 660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처분했다.

두 번째 대응책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투자손실을 적정한 선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추가 하락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으로, 주식옵션이나 주식선물을 이용하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형주로 주식옵션과 주식선물이 거래되고 있다. 일부 기관과 외국인은 주식옵션과 주식선물을 이용해 어느 정도 손실을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대응할 옵션 매매 전략은 풋옵션을 매입하는 것이다. 가령 행사가격 4만8000원, 만기 9월인 삼성전자 풋옵션을 10일 3050원에 매입하고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 하락한다면 풋옵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3.2% 급락한 10일 해당 풋옵션 가격은 57% 폭등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수록 풋옵션 가격은 상승한다.

콜옵션을 매도할 수도 있다. 가령 행사가격 4만8000원, 만기 9월인 삼성전자 콜옵션을 10일 420원에 매도하고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만기일까지 4만8000원 이하에서 머물면 콜옵션을 매도한 금액이 수익이 된다.

주식선물을 이용한다면 해당 주식선물을 매도하면 된다. 가령 9월 만기인 삼성전자 선물을 10일 4만5350원에 매도하고 이후 만기일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 선물매도로 인한 수익이 늘어난다.

또 다른 대응책은 공매도를 이용한 전략이다. 이는 손실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주가 하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내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반도체주 투자의견 하향조정 이후 공매도 거래량은 크게 늘고 있다. 일부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거래를 하면서 주가 하락에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개미들이 공매도 거래를 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어 실제로 개미들이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모건스탠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개인은 그렇게 여기는 모양새다.

지난 6일 모간스탠리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1740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그리고 10일 모간스탠리가 글로벌 반도체주업종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을 때도 개미들은 SK하이닉스를 1015억원 더 사들였다. 6일부터 10일까지 개인은 모두 383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미들은 10일 삼성전자도 2539억원 순매수 했다.

"반도체주를 팔아라"라는 모건스탠리 하향조정 리포트에 맞서 개미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6378억원 더 사들였다. 개미들은 "반도체 가즈아~"를 외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2. 2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3. 3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