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쓰레기통' 입니까?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8.18 11:26

길거리 쓰레기 버리는 '단골 장소'들…쓰레기봉투 위나 나무·전봇대 주변 등, 시민 의식 저조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 한 전봇대에 놓여진 쓰레기 봉투 위에 누군가 버린 일회용 음료수컵 쓰레기가 놓여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지난 9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 한 도로. 앞에서 걸어가던 한 시민이 전봇대 앞 쓰레기 봉투 위에 음료수컵 쓰레기를 올려 놓았다. 많이 해본듯 거리낌 없는 모습이었다. 그에게 다가가 "여긴 쓰레기통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쓰레기 봉지가 있길래 그냥 버렸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쓰레기통 없는 길거리에 '쓰레기 거점'이 생겨나고 있다. 전봇대나 가로수 주변, 쓰레기 봉투 위 등이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 하나도 금세 '더미'가 되고 있다. 이에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 고충도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길거리 쓰레기통은 지난 1995년 총 7607개였다가, 2007년 3707개까지 절반 이상 확 줄었다. 1995년에 쓰레기종량제가 첫 실시되면서 환경미화원이 대폭 줄고, 자치구 재정마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미화원 수는 1995년 8683명에서 지난해 2465명까지 줄었다. 이후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민원이 빗발치며 2015년 5138개로 늘어나는 등 다시 증가 추세다.

그럼에도 쓰레기통이 귀해지자 길거리에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특히 쓰레기가 많이 몰리는 '단골 장소'는 정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봇대나 가로수 주변이 대표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중구·종로구·마포구·양천구 일대 길거리를 살펴본 결과 전봇대·가로수 주변서 쓰레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한 가로수 인근에 버려진 수십개의 담배꽁초들./사진=남형도 기자

합정역 인근에 있는 한 가로수에는 누군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수십여개가 보기 싫게 떨어져 있었다.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양천구내 한 전봇대에는 음료수컵과 과자봉지 등이 버려져 있었다. 아이스크림 등 먹다 만 음식물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쓰레기봉투 위에 올려놓는 사례도 많았다. 가게 등에서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음료수컵 등의 쓰레기를 올려놓거나 주변에 버리는 식이다. 쓰레기봉투를 묶은 채 내놓는터라 당연히 수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여기저기 산만하게 버려진 쓰레기는 더미를 이루고 있었고, 보행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가 또 다른 쓰레기를 부르기도 했다. 음료수컵 하나를 바닥에 놓으면, 그 옆에 음료수컵을 따라서 두는 것. 홍대 인근서 만난 대학생 유모씨(22)는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곳에 버리기엔 양심에 찔리는데, 누군가 버려 놓으면 괜찮겠지란 생각이 드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 고충은 크다. 서울 중구 내에서 담배꽁초를 줍던 한 환경미화원은 "전봇대나 가로수 주변은 늘 쓰레기가 많다. 맨 바닥에 버리긴 뭐하니, 이런 곳 주변에 버리는 것 같다"며 "누군가는 치우는 쓰레기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귀찮더라도 쓰레기통에 좀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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