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이재용의 실용주의…3년간 180조 투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8.08.08 14:00

[삼성, 대규모 투자·채용 방안 발표-①신규투자 확대] AI·5G·바이오 '배수진'…글로벌 주도권 유지 위해선 물러설 곳 없다 절박감 드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이 2020년까지 180조원의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총 투자액 180조원은 올 2분기 말 기준 보유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 86조원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사실상 그동안 쌓인 잉여금을 모조리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180조원 중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산업에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삼성은 이날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품을 4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AI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석방된 뒤 수차례 해외출장에 나서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분야다. 지난 5월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 모스크바, 캐나다 토론토 등 글로벌 연구거점을 세우면서 2020년까지 관련 연구인력을 1000명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왔다.

바이오 산업 역시 이 부회장이 7~8년 전부터 '포스트 반도체'로 낙점한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7년 만에 글로벌 톱 수준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도 이 부회장의 특별한 관심이 뒷받침됐다. 삼성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수 있도록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5G는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 분야의 혈관으로 비유되는 기술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5G가 상용화될 경우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2025년 이후 연간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사상 처음으로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의 통신장비 협력사로 관련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평택 등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선 평택공장 제2 생산라인 건설에만 30조원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고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을 위한 서버용 제품과 고용량 스마트폰용 칩 수요를 바탕으로 견조한 수급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AI,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혁명 수요 전망도 긍정적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에는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실렸다는 평가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사실상 처음 나온 종합 패키지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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