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난세에 영웅없는 펀드 시장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 2018.08.08 16:52
"시장이 좋을 때는 다 좋죠. 진짜 실력은 시장이 안 좋을 때 드러나요."

지난해 만난 많은 펀드매니저들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호황기에는 대부분의 펀드 성적표가 무난하기 때문에 실력을 가릴 수 없는데 변동장에선 어떤 펀드가 운용을 잘하는지 확연히 드러난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20% 이상 상승, 8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달성했다. 덕분에 많은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지수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했고, 일부 테마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수익률이 50~60%를 달성했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이에 가려진 펀드들은 억울할 만도 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도 오래가지 못하고 올 들어 주가가 꾸준히 하락했다. 미국 통화정책, 미·중 무역분쟁, 인터넷 버블 붕괴 등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최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펀드 수익률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8% 넘게 하락했다. 지수가 고점이던 2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2% 이상 떨어졌다. 지수 하락분보다도 더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펀드가 없다. 실력을 보여주겠다던 펀드들은 온통 파란불이다. 내로라했던 가치주 펀드들도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 증시가 변동 폭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지언정 지금이라도 자금을 빼야 하는 건 아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또 속았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하반기에도 굵직한 글로벌 이슈가 남아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비롯해 철강관세, 대이란 제재, 금융 정책 등. 이밖에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때마다 국내 증시는 흔들릴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견뎌낼 펀드가 있을까. 혹시 견뎌내는 건 또 투자자의 몫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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