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바이오 언급한 삼성, AI·5G도 규제가 관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8.08.06 17:05

김동연 경제부총리-이 부회장 평택 회동서 경영 애로사항 논의…대규모 투자계획 이르면 이번주 발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바이오 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다. 설립 7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톱 수준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키웠지만 나라 안팎의 리스크에 꽃을 피우기도 전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가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간담회에서 바이오 관련 규제완화를 강하게 요청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도 밝혔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올 들어 돈줄 가뭄과 규제 걸림돌, 중국·유럽의 추격까지 삼중고를 앓고 있다. 2016년 3월 정부 주도로 바이오특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올해 1월 활동을 마칠 때까지 2년 동안 한 건의 규제도 철폐하지 못했다. 꿈쩍 않는 규제는 돈줄까지 말리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15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했지만 2곳만 증시에 입성했다. 2015년 10개까지 치솟았던 기술특례상장 업체가 지난해 5개, 올 상반기 2개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향후 사업 확대와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의 핵심축인 전자산업과 함께 차세대 성장축으로 바이오를 선택했던 이 부회장으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 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바이오 성장 지연이 경제성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1년이 채 안 되는 기술 격차를 바짝 추격해오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정부의 규제 의지가 기술력이나 자본력 이상의 절대적인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서울대 분당병원 석좌교수)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기껏해야 3~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반도체·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외국인 투자 관련 애로사항과 규제완화를 언급한 것도 차세대 성장산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반도체의 경우 하루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하는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 수급 여건이 필수 사항이다. 간담회에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평택공장의 전력 문제와 관련한 요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중 30조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2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이하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반도체연구소 EUV(극자외선) 개발라인을 예고 없이 방문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 분야에서도 2020년까지 1000명의 선행 연구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에 이어 미국 뉴욕에도 AI센터를 세우면서 관련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재계 관계자는 "간담회를 앞두고 청와대와 기재부간 이상기류가 흘러나오면서 우려가 컸지만 전략산업 육성 측면에서 정부와 삼성전자가 같은 인식을 드러내는 등 성과도 적잖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를 영접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모든 활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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