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소아비만, 아빠의 유전자 때문?…편식에 운동은 뒷전 아니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8.05 05:03

[비만의 영양학-③]매년 증가하는 '소아비만'…불규칙한 생활습관·운동부족이 원인, 가정에서 관리해야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남달리 우람한 살집을 가진 어린이·청소년들이 늘고 있지만 '어릴 때 살이 쪄야 키도 큰다'는 생각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유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만은 엄연한 질병으로 특히 소아비만은 성인비만과 각종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소아비만, 성인병에 자존감 하락 불러=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비만율을 줄이기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심각한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 성인 비만율은 28.6%에 달한다.

비단 성인 비만만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비만으로 자라는 청소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소아청소년(만 6세~18세) 비만율은 2013년 10%에서 2016년 13.3%로 증가했다. 영유아(5~6세) 비만율도 7.68%로 매년 상승하는 중이다. 성장기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가장 흔한 질병인 셈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소아비만은 언뜻 보면 뚱뚱하다는 것 외에 큰 문제 없어 보이지만 성인병을 낳고 원활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심각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성인 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성장기에 발생하는 소아비만은 지방의 세포 수까지 늘어나 소아비만 청소년 80%가량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성인 비만에서 흔히 생기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대사중후군과 골관절 합병증 등 성인병도 쉽게 나타난다.

성장과 발육에도 치명적이다. 어른들이 으레 '살이 키로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소아 비만은 성장판과 관절에 무리를 가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초경을 빨리 시작하는 등 '성조숙증'을 불러 성장을 일찍 마치게 하기도 한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인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비만인 학생이 성장이 끝날 시기에 오히려 더 작은 경우가 많은 이유다.

단순히 '살이 쪘다' 정도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사춘기 시절의 비만은 정서불안과 자존심 하락을 낳기도 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의 지난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소아는 비만을 '게으름', '둔함' 등 부정적 특성과 연관시키고 놀림과 차별의 대상으로 만든다. 이때문에 소아비만 청소년들은 또래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 식이장애 등의 문제를 겪는 등 삶의 질 자체가 하락하기도 한다.

◇비만이 유전 때문?= 이같은 소아비만의 원인에 대해 유전의 영향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비만 유전자를 타고 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실제 건보공단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비만일 때 자녀가 비만을 보이는 경우가 14.4%에 달한다. 부모가 비만이 아닐 때 자녀가 비만인 경우(3.16%)보다 약 5배나 많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전자 차이는 비만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 2016년 한정환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체내 신호전달물질인 S6K1이 유전자 변화에 따라 지방세포 수를 증가시켜 비만을 유도한다고 규명한 바 있다. 1994년 제프리 프리드먼 미국 록펠러대학교 교수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을 생성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데 이는 부모에게 물려 받는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비만을 꼭 유전자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 꼭 유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자녀의 비만에는 부모의 올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이 큰 몫을 차지한다. 비만의 유전 요인과 가족 구성원의 환경 요인이 합쳐져 비만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식사 속도가 빠른 소아비만 자녀의 부모가 비만인 비율은 43.56%에 달했지만 부모가 비만이 아닌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빠른 식사 속도, 긴 TV시청 시간과 낮은 활동량 등 소아비만을 부르는 습관들은 대체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부모가 만드는 환경적인 요인도 소아비만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강재헌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녀는 부모의 식습관 등 생활습관 전반을 공유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생활습관과 운동이 가장 중요= 불균형적인 영양과 의자에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사회환경 이야말로 소아비만을 만드는 주범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은 물론 각종 패스트푸드에 노출된 환경에서 운동 부족까지 이어지니 소아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 및 청소년 비만 대책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는 간접적으로 비만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홀로 식사하는 습관이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는 습관도 비만의 위험도를 높인다. 최근 아침을 거르고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지난해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초등학생 68%, 중학생 78.5%, 고등학생 80.47%로 나타났다.

과도한 학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수면 부족도 아이들을 비만으로 만든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연구팀의 '소아청소년 비만의 관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권장 운동량(주3회 이상 격렬한 운동) 실천율은 초등학생(52.0%), 중학생(31.4%), 고등학생 (22.0%)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처럼 적은 신체활동으로 인한 에너지소모량의 감소는 비만의 원인이 된다. 수면 부족 역시 체지방 분해를 감소하는 작용을 하는 '코티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비만 발생률을 높인다.

소아비만은 결국 올바른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가 배달음식이나 단순 당류의 간식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TV 시청과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간을 제한하고 신체활동을 통해 규칙적인 에너지 소모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은 매일 60분 이상 수영, 자전거 등 평소보다 심장박동이 조금 증가하는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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