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더위가 지속되면서 시원한 업무복장을 뜻하는 쿨비즈('시원하다'는 뜻의 영단어 Cool과 Business의 준말 Biz의 합성어) 문화가 확산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임직원들에게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기업들이 하나둘 생겼지만, 여전히 남성 직장인에게 반바지 출근의 장벽은 높다.
직장인 박모씨(28)는 "쿨비즈 허용 이후 반바지나 샌들을 종종 착용하지만, 회사 높은 분들과 대면할 땐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면서 "여직원들은 치마나 반바지를 자유롭게 입는데, 남직원들은 회의나 미팅이 잡히면 되도록 긴바지를 입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더워도 반바지는 출근 복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17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름철 근무복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여름철 근무복장으로 '반바지, 슬리퍼 등 특정 복장을 제외한 부분자율 복장'을 꼽은 응답자가 44.4%로 가장 많았다. '제한 없는 완전자율 복장'은 26.6%로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들은 반바지나 슬리퍼와 같은 쿨비즈룩보다는 어느정도 제한을 둔 복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은 왜 '반바지 출근'을 부담스러워 할까. 폭염 속에도 긴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 교직원 J씨(27): 휴일 말고는 반바지 입고 출근한 적 없어요. '반바지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아무도 입지 않아요. 반바지는 집에서 편안하게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직업 특성상 학생들을 마주해야 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일이 많아 긴바지만 입어요.
제약회사 직원 K씨(31): 아뇨. 반바지 입고 출근한 적 없습니다. 사규에도 '반바지 착용불가'라고 돼 있거든요. 특히 영업직원의 경우 고객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관례상 긴바지만 입어요. 영업직원들과 형평성을 위해 내근 직원들도 반바지를 입지 않습니다.
대학도서관 사서 P씨(29): 반바지 입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근무 복장 지침이 공문으로 내려왔어요. 품위 유지를 위해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내용이죠. 지침에서 반바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용모 단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반바지를 입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인과의 접촉도 많고 사람들을 대해야 할 일이 많아 반바지 차림이 자칫 예의에 어긋나게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대학 교직원 J씨(27): 반바지 입을 수 있다면 입고 싶어요. 여자 선생님들은 옷차림 선택사항이 많아요. 반바지, 치마, 티셔츠, 블라우스 등 가볍게 입을 수 있어요. 반면 남자 선생님들은 긴바지에 반팔 셔츠 정도만 가능하죠. 그런데 만약 반바지가 허용되더라도 일주일 내내 반바지를 입진 않을 것 같아요. 외부 사람을 만나야 하거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 가야 한다면 예의상 긴바지를 입을 거예요.
제약회사 직원 K씨(31):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어요. 출퇴근을 하는 동안 너무 덥고, 반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남직원들만 반바지를 못입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죠. 남자 직원들은 긴바지에 셔츠로 복장이 통일되지만, 여직원들은 반바지나 치마 등 자유롭게 입으니까요.
대학도서관 사서 P씨(29): 그럼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반바지 입고 다니라고 하면 계속 입고 다닐 거예요.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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