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포용적 성장의 포용

머니투데이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 2018.08.02 04:57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골간은 ‘사람중심경제’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지난 20~30년간 풍미한 ‘신자유주의(정책)’의 폐해를 치유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함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는 배제적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의 수혜층이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구조로는 경제가 지탱할 수 없고 성장도 파행 속에서 결국 멈추게 된다. 고용 없는 성장, 실업과 빈곤의 증가, 계층의 초양극화, 성장률 둔화 등으로 특징짓는 ‘뉴노멀’은 신자유주의(식 성장)의 결과임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다.

사람중심경제는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성장 결과를 많은 사람에게 두루 배분하고 그 혜택을 누리는 경제의 건설을 지향하는 대안적이면서 실천적인 정책 개념이다. 문정부가 택한 사람중심경제의 건설방식은 포용적 성장이다. 그렇지만 이는 문 대통령의 창안물도, 전유물도 아니다. 2009년 세계은행이 처음 주창한 이래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2016년 미국 백악관 대통령 보고서, 2015년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포용적 성장은 대안성장개념으로 줄곧 다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정부 때 간간이 거론되다가 박근혜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용으로 하는 포용적 성장을 실제 추진했다. ‘초이노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문정부의 ‘포용적 성장’에는 남다름이 없지 않다. 포용적 성장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란 3가지 하위 정책영역을 아우르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이 3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보완하는 관계다. 기업소득은 늘지만 노동소득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현실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소득의 몫을 늘려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겨냥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가, 보조금 지급 등이 구체적인 실행방식들이지만 재분배된 소득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생산주체들이 혁신을 통해 투자와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짝 개념임에 분명하지만 양자(분배(소비)와 생산)가 선순환하기 위해선 시장의 공정거래와 질서, 즉 공정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식 성장의 한계를 놓고 볼 때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끌어내느냐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삼 꼭지로 하는 포용적 성장은 ‘새로운 성장레짐’(a new growth regime)의 구축을 전제로 한다. 새 레짐으로의 전환은 개별 정책들 사이의 새로운 정합성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는 시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추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예: 임금인상에 따른 경영이익 감소, 일자리 축소 등)은 기존 성장레짐의 문제(예: 고용 양극화와 유연화, 저임금 노동의 만연,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등)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안성장으로 소득주도성장은 이러한 문제를 새로운 조절 정책들을 통해 풀면서 성장레짐 전환을 도모하고자 한다.

편견을 버리고 대안성장으로 포용적 성장을 포용하면 그다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긍정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실행적 정책과 제도들을 강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포용적 성장에서 포용해야 할 가치가 어떤 것인가다. 지금까지 포용적 성장에서 최대로 포용한 것은 ‘사람중심가치’다. 그러나 근대의 경험은 과도한 사람중심주의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생태환경위기의 뿌리였음을 말해준다. 사람중심주의에서 경제는 환경의 가치를 외부화하지만 환경위기 시대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 인간적(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자연)가치의 내부화(포용)는 포용적 경제가 갖춰야 할 핵심적인 조건이다. 이 시대 진정한 대안성장개념으로 포용적 성장은 사람의 가치와 자연의 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포용하는 성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까지 열어놓고 한국형 포용적 성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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