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타트업 무비패스는 매월 9.95달러 내면 영화관 가서 매일 영화 1편씩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1편 값으로 월 30편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획기적인 서비스로 2018년 6월 기준 회원이 300만명으로 급증했고 미국 언론들은 '오프라인판 넷플릭스'라고 불렀다. 대신 무비패스는 데이터 판매를 수익모델로 삼았다. 이용자들이 어떤 영화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 행동패턴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다. 영화사는 이를 제작여부,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9.95달러라는 가격정책을 시행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지난달 27일 무비패스가 일부 고객들의 티켓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500만 달러를 급히 빌렸다는 사실이 보도됐고, 같은 달 30일 이 회사 CEO 미치 로우는 회사 자금사정이 안정될 때까지 2주 동안 ‘크리스토퍼 로빈’(Christopher Robin), ‘메가도론’(The Meg) 등 개봉예정작 2편에 대해서는 티켓 값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객이 몰릴 것 같은 영화는 예매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모델자체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최저가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판매자가 할인가격을 정하고 부담을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플랫폼에서 워낙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는 기꺼이 부담을 떠안았다.
하지만 무비패스는 이용자의 공짜구매에 따른 비용을 영화관이나 영화배급사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이 떠안는 구조이다. 영화관에서 티켓을 정가에 사서 고객에게 지급한다. 예를 들어 뉴욕의 이용자가 월 회비 9.95달러를 내고 14달러짜리 영화를 20편 관람(280달러)했다면 무비패스는 270.05달러(9.95달러 – 28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어벤져스:인피니트 워’ 개봉당시엔 무려 115만 장의 티켓 값을 내기도 했다. 회원이 많아질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이다.
무비패스 투자자 마이클 아리안도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비패스가)자선사업가라도 되는 줄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무비패스에 가입함으로써 매달 70달러를 아낄 수 있었지만 이 회사에 투자하는 바람에 그 이상을 잃었다“고 말했다.
무비패스가 데이터판매를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전략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 회사가 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의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정보를 모아 데이터업체에 팔겠다’는 무비패스의 모델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3월 무비패스가 회원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사용자들은 탈퇴하겠다며 항의성명서를 냈고 당일 주가는 무려 8% 가까이 폭락했다. 경영 컨설턴트 에디 윤은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기고에서 “무비패스는 ‘무제한’과 ‘구독’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했다”며 “구독모델은 그들(무비패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서비스이고 그들이 모든 걸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무모한 구독모델의 실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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