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 본사를 해외로 옮기라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8.08.01 04:24
누군가 혹은 무엇에 대한 평가는 공보다 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렸던 고 김종필 총리가 이런 말을 남겼다. "열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물어뜯긴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세상 이치지만 당하는 입장일 땐 이만큼 억울한 게 또 없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 있다. 해외에선 매해 존경받는 기업 순위권에 들지만 국내에서의 이미지는 과(過)가 먼저다. 무노조, 경영권 승계 논란, 선단식 경영이 여전한 주홍글씨다.

이런 과오가 가볍지 않다는 것은 삼성도 안다. 일등기업에 대한 사회의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납득할 만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이 무시되는 것 역시 곤란하다. 과오 이상의 단죄를 당연시하는 것도 애석한 일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선(善)이라 믿었던 스티브 잡스식 기업관을 따르면 삼성은 애플 못지 않은 혹은 애플 이상 가는 착한 기업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000억원을 사회공헌에 썼다. 웬만한 대기업이 한 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환원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일이 아니다. 이만하면 평균을 넘어 수준급이다.

요새 삼성 기사엔 이런 댓글이 달린다. "그냥 본사를 해외로 옮기세요." 국정농단 사태와 드루킹 사건을 거치면서 댓글을 댓글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지만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배어나는 속뜻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가능하지도, 가능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삼성이 처한 현실'을 '기업이 처한 현실'로 바꿔써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데서 입맛이 더 쓰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한쪽에 쏠린 평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김 전 총리가 살아 있다면 "세상에 죽을 죄는 없다"는 말도 덧붙이지 않을까. 기업을 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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