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은 금리인상 시그널의 신뢰도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 2018.08.01 03:28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통화긴축)적 발언이 금리인상의 시그널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지켜보던 한 채권시장의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날 이 총재는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잠재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가 목표 수준인 2.0%에 수렴하면 금리를 조정(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총재의 발언 직후 원화도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반전, 전날보다 1.2원 내린 111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후인 29일. 한은은 "정부가 규제하는 품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2%를 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의 역할을 빼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조건 하나가 충족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7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낮췄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인 2.8∼2.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다는 점은 경기 역시 금리 인상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한은의 매파 색채가 강해졌다. 하지만 시장 참가들은 과연 한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지에 의구심을 보인다. 오락가락하고 애매모호한 이주열식 소통에 대해 신뢰도가 낮은 탓이다.

지난 3월 이 총재 연임이 이뤄지면서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올해 한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도 취임일성으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 총재는 "경제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금리인상에 유보적인 보습을 보였고, 시장이 출렁였다. 당시 증권사의 한 딜러는 "난장판 같은 장세였다"고까지 말했다.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3차례 남겨두고 있다. 한은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도 다가온다. 이번에도 시그널과 다른 결정을 하거나 시그널을 다시 바꿀 경우 시장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하다. 금리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고려할 사항도 많겠지만, 일관된 메시지로 시장 충격을 줄여주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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