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1% 성장 vs 한국 0.7%?"…통계 비교 오류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강상규 소장 | 2018.08.01 06:30

[소프트 랜딩]'연율'과 성장률을 단순 비교하는 한심한 보도 행태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달 한국과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자 다수 언론이 한미 성장률을 비교 평가하면서 '연율'과 성장률을 단순 비교하거나 분기 성장률을 연간 성장률로 왜곡해 보도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였다. 심지어 한 언론 사설에서는 "한국은 2분기 0.7% 성장하는데 그쳤는데,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은 무려 4.3% 성장했다"며 "충격적이고 어이가 없다"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오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환산된 수치고 한국은 단순 성장률인데 마치 이를 같은 기준인양 단순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다. 한미 양국의 경제성장률 발표 기준이 엄연히 다른데 그에 대한 구별조차 없이 마치 미국 성장률이 한국의 몇 배나 되는 것처럼 왜곡 보도 했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이러한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이다. 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해당 분기에 기록한 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1년 동안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은 직전 분기와 단순 비교한 '전기 대비 성장률'과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사용한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을 올바르게 비교하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다수 언론이 이를 무시하고 '전기 대비 연율'과 '전기 대비 성장률',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뒤죽박죽 혼동해서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미국경제는 전기 대비 연율로 4.1% 성장했지만, 단순 전기 대비로 따져보면 1.0%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성장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미국과 같은 전기 대비 연율로 따져보면 2.8% 성장했고, 전기 대비는 0.7% 성장,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따라서 전기 대비 연율로 미국은 2분기에 4.1% 성장했고, 한국은 2.8% 성장했다고 말하던지, 아니면 전기 대비로 미국은 2분기에 1.0% 성장했고 한국은 0.7% 성장했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그러나 다수 언론은 미국은 4.1% 성장하고 한국은 0.7% 성장했다는 식으로 착각하게끔 보도했다.

2분기 성장률만을 따져보면 전기 대비로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여전히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또한 다수 언론이 분기 성장률을 마치 연간 성장률인 양 착각하게끔 왜곡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2.9% 고꾸라지는데 미국은 4.1% 질주"라든가 "한국은 2%대, 미국은 4%"라는 식으로 비교 기준을 심하게 왜곡했다.


미국이 연간 4% 성장을 하려면 매 분기마다 전기 대비 1%에 가까운 성장을 해야 하고, 반면 한국이 연간 2.9% 성장하려면 전기 대비 0.7% 수준의 성장을 1년 내내 지속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만약 이를 모르고 보도했다면 정말로 무지의 소치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왜곡 보도한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1분기 미국경제는 단순 전기 대비로 따지면 0.5%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성장했다. 전기 대비 연율로는 2.2% 성장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1분기에 단순 전기 대비로는 1.0%, 전년 동기대비로는 2.8% 성장했고, 전기 대비 연율로는 4.1% 성장했다.

따라서 2분기 성장률만 꼭 집어서 액면 그대로 미국은 올해 4% 성장하는데 한국은 2% 성장한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왜곡된 보도다. 참고로 미국 연준이 지난 6월에 제시한 올해 미국경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고작 2.8%다. 반면 한국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2.9%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도 한국경제의 성장이 멈췄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도 객관성이 떨어진다. 미국경제의 1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0.5%로 떨어졌는데, 그럼 미국경제도 성장이 멈췄을까?

물론 0%대의 성장률이 썩 좋은 지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쇼크나 침체를 논할 정도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라는 것은 직전 분기와 비교한 수치이므로 전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기저효과'로 인해 하락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다.

만약 매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를 넘는다면 최소한 연간 4%이상 성장을 한다는 말인데, 과연 우리 경제 여건상 가능한 일일까? 실제로 한국경제가 2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1%를 상회한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전무하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를 넘은 경우도 지난 8년간 단 6번에 불과하고 그것도 2017년 이후 3번 달성했다. 그만큼 전기 대비 성장률이 연속으로 1%를 넘어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 언론이 2분기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를 비교하면서 서로 다른 지표를 단순 비교하거나 왜곡 보도했다. 그러한 점을 모르고 보도했다면 한심한 노릇이고, 만약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보도했다면 더 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경제 통계를 보도할 때 이제 이 같은 한심한 보도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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