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앞뒤 가리지 못하고 말했을 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7.30 13:50

[인터뷰] 5년 만에 새 장편소설 ‘해리’ 낸 공지영 작가…“진보 탈 쓰고 끝없는 거짓말하는 악의 세력 그려”

5년 만에 새 장편소설 '해리' 낸 공지영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공지영 작가의 새 장편소설 ‘해리’는 요즘 현실 상황과 닮았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악’에 주목하는 내용 때문이다.

공 작가는 3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해리’ 출판 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목격한 악은 ‘나쁘다’는 단순한 특징에서 벗어났다”며 “선을 돕는 진보의 탈을 쓰고 돈이 되는 곳을 좇는 사기꾼의 형태로 몰려든다”고 운을 뗐다.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자 목적이다. 공 작가는 “앞으로 향후 몇십 년 간 싸워야 할 악은 민주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부리는 무리”라며 “막말하는 극우 정치인보다 더 혼란스러운 이런 세력들을 새롭게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소설을 낳게 했다”고 강조했다.

소설은 ‘도가니’처럼 실제 사건을 면밀히 좇았다. 다만 개별 사건을 한데 모아 사실이지만 허구의 모양새를 갖췄다. ‘도가니’의 배경이 된 안개의 도시 무진은 다시 등장한다. 도시에 만연한 침묵의 카르텔이 만든 부정의 깊이를 안개처럼 막연하게 표현한 상징인 셈이다. ‘도가니’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역할도 나온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격의 이중성을 그리기 위해 페이스북 이미지를 소설에 적용한 것도 새롭다. 악을 세탁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보편적 활용법을 십분 응용한 것이다.

“제 소설의 주인공은 그간 일리 있는 악함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극한으로 밀어붙였어요. ‘도가니’가 어떤 싸움의 과정을 다뤘다면, 이번 소설은 약자를 괴롭히는 당사자의 거짓과 위선을 더 탐구했다고 할까요? 악을 극한으로 밀어붙일 때 나오는 공통점은 끝없는 거짓말이었어요. 다중인격장애로 불리는 ‘해리성 인격장애’는 악의 공통적 특징인 셈이죠.”


공지영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소설은 때마침 작가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이재명-김부선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과도 묘하게 일치되면서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약자를 향한 강자의 ‘침묵의 카르텔’, 민주나 진보 이름 앞에서 이뤄지는 위선 같은 소설 속 주제들이 사실 여부를 떠나 현실 얘기와 연관성이 적지 않기 때문.

공 작가는 이날 잇따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약자 지키기’ 목소리를 높여온 일련의 주장과 관련해 ‘벌거벗은 임금님’ 일화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은 단지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갈 때, “벌거벗었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제가 말한 내용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스타일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전 작가로 살거나 인간 공지영으로 살 때, 늘 보고 들은 대로 생각 없이 내뱉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앞뒤 가리지 못했고 생각 없이 말했을 뿐이에요. 어리석었어요. 그 이상 더 말씀 드릴 게 없어요.”

올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째 맞는 공 작가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작품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1cm라도 기여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설명. 공 작가는 “나에게 불의와 싸우는 것과 정원을 다루는 것의 차이는 없다”며 “지난 30년간 문학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공지영 작가는 "내 성격이 어리석어서 그렇다는 것이지,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함으로써, 배우 김부선과 경기지사 이재명 사이 스캔들에 대해 SNS에 글을 게시한 것은 확신을 가지고 한 행동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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