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전효성의 전속계약은 무효일까?

머니투데이 나단경 변호사  | 2018.07.31 05:20

[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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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서 예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속계약 일부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를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2009년 7월 6일에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만들어 공표했고,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전속계약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오늘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와 이전 판례들을 바탕으로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걸그룹 '시크릿' 소속 전효성이 지난해 9월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에게 정산금 분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아직 1심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가수 전효성 측은 2015년 600만 원을 받은 이후 단 한 번도 정산금을 받지 못해 제대로 수익 정산을 받지 못했고, 소속기획사가 정산서는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증빙 자료는 대외비라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TS엔터테인먼트는 정산 내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전속계약이 반사회적인 것으로 무효인 경우


우리 대법원은 “법률행위 목적의 불법의 한 경우로서 당사자의 일방이 그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과하는 법률행위는 반사회적인 것으로서 무효(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속계약이 반사회적인 것으로 무효인지와 관련해서 보통 ① 전속계약 기간과 ② 위약금 조항이 과도한지가 문제됩니다.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는 계약기간이 7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지권을 인정하여 7년까지는 합리적인 계약기간으로 예정하고 있고(제13조 제1항), 아티스트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유로 정상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하되 구체적인 연장일수는 합의하여 정하도록(제13조 제2항)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명한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의 효력정지가처분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27.자 2009카합2869 결정)”에서 법원은 ① 전속계약 기간과 관련하여 처음에 계약기간이 “데뷔음반 출시일로부터 10년”이었다가 데뷔음반 출시일 직전 체결된 부속합의를 통하여 위 10년이 13년으로 연장되고, ② 위약금과 관련하여 가수들이 전속계약을 해지하려면 총 투자액의 3배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하도록 정한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고, 연예인 전속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전속계약이 반사회적인 것으로 무효인지는 구체적인 계약기간 및 가수들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살펴보고 계약의 주요 내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고려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연예인은 소속사와의 신뢰관계 상실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전속계약의 법적 성질은 전속계약에 의하여 연예기획사가 부담하는 급부는 연예인을 위한 사무의 처리라는 서비스이므로,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임’ 내지 '위임 유사의 무명계약'의 성질을 가집니다. 따라서 전속계약에 의하여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의무는 그 성질상 계약 당사자 상호간의 고도의 신뢰관계의 유지가 필수적인 요소이고, 그러한 신뢰관계가 깨어진 경우에 까지 연예인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강압하는 것이어서, 그러한 신뢰관계가 깨어지면 연예인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23 선고 2015가합19327 판결 참조).



소속사를 믿고 열심히 일했는데 연예인에게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비용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뢰관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때문에 소속사의 정산의무 불이행 등으로 소속사와의 신뢰관계 상실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 제17조는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수익 분배 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연예인이 전속계약 전부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전속계약의 해지를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전속계약이 무효는 아니지만 기획사에서 온라인 음원수익을 정산, 분배하거나 보고서를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속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해당 판례에서 기획사측에서는 ‘연예인에게 온라인 음원수익을 정산. 분배하거나 보고서를 통보하지 않은 이유가 연예인들의 각 싱글앨범 활동과 관련하여 숙소 사용료, 트레이닝 비용 및 음반. 뮤직비디오 제작비용, 활동비 등으로 4개월간 5,000만 원 이상을 지출하였는데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위 지출비용을 넘지 않아 배분할 수익이 없었기 때문이므로 전속계약의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소속사가 주장하는 위 지출비용 중 직접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모두 소속사에서 실비로 부담하기로 한 것이고, 나아가 소속사의 연예인에 대한 정산보고서 통보의무는 각 싱글앨범 곡과 관련된 음원수입이 발생하는 한 수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인정된다고 보아 계약 해지를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8. 16 선고 2011가합83573 판결 계약무효확인).



즉 위 판례는 수익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소속사의 정산보고서 통보의무는 계약상 인정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전속계약의 효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계약서의 내용과 양 당사자가 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효력의 유무는 사안마다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심하게 판단해야하고, 우선적으로 계약 체결 시에 양 당사자가 표준계약서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구체적인 조건 등을 자세히 협상해 분쟁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기획사로서도 영업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는 데뷔를 한 연예인들의 상황을 전제하고 있어 요새 수가 많아진 기획사연습생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계약을 맺은 연습생들은 상황이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일부이고, 계약서도 없이 꿈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연습생들은 현재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모쪼록 기획사와 연예인, 그리고 연습생 간 공정한 계약문화가 정립되어 대중문화예술인을 보호하고 문화 발전을 장려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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