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선고에도…사기 피해자는 빚더미"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8.07.30 03:50

[the L][피플] 희대의 '농아사기단' 피해자 대리한 임지웅 변호사

임지웅 변호사 / 사진=황국상 기자
"주범에게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지난해 초 '농아인(언어장애인) 사기단' 30여명이 적발됐다. 농아인들이 5년에 걸쳐 '행복팀'이라는 이름의 전국 규모 범죄단체를 운영해 "투자금을 3배~5배로 불려주겠다"며 같은 장애를 가진 농아인들을 속였고 피해자들은 전 재산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돈을 갖다 바쳤다. 농아인들의 폐쇄성과 심리적 취약점을 악용한 범행이었다. 법정에서 인정된 피해자 규모만 151명, 피해액은 94억여원. 이달 초 항소심에서 주범 A씨는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100여명의 대리인으로서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재판과 민사대응을 함께 진행 중인 임지웅 변호사(법무법인 P&K,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는 "이번 사건은 농아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높은 벽을 새삼 일깨워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사 개시과정부터가 험난했다. 임 변호사는 "최초 신고자였던 농아인이 전국 각지 경찰서를 방문해서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농아여서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운 좋게 관련 수사 경험이 있었던 형사를 만나고서야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A씨 일당의 전모가 밝혀져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간 후에도 사건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최초 A씨 일당에게 적용한 죄목은 단순 사기였다. 임 변호사 등 대리인단의 노력 끝에 A씨 일당의 범행이 상습적·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 받아들여지고서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A씨에 적용된 죄목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로 바뀌었다.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었던 이유다.


A씨가 '농아'라는 이유도 중형을 선고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다. 현행 형법 제11조는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며 농아라는 상태를 필요 감경사유로 규정한다. 임 변호사는 "약자인 농아인들을 배려한 조항이라고 이해될 수는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농아인이 농아인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때까지 필요적 감경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뭣보다 아쉬운 점은 피해회복이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임 변호사는 "A씨의 내연녀로 상당 규모의 현금을 빼돌린 통로로 의심된 피고인이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며 "대검 차원의 범죄수익환수부가 만들어졌지만 검찰이 개별 구체적 사건과 연계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비판했다.

또 "범인들이 비대면 대출을 부추겨 전화통화로 본인확인을 거쳐 대출금을 가로챈 경우도 있었다"며 "'농아와의 전화통화'로 대출이 이뤄진 이같은 사례에서는 대리인단이 금융사와 직접 싸워서 원금만이라도 탕감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기 피해에다 빚 부담까지 더해져 곤궁한 처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피해자들을 대리해 금융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등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처럼 다중을 상대로 거액의 사기범행이 이뤄졌을 경우 범행 뿐 아니라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가능하게 할 방법까지 감안해 수사가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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