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시행 한달 …52시간 근로시대 '명과 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8.07.29 18:19

직장인 칼퇴·워라밸 확산 순기능…인력부족 사업장 등은 후속대책 마련 필요

편집자주 | 지난 1일부터 주 최대 52시간근로 시대가 열렸다. 시행 한 달, 삶에 ‘쉼표’가 생겼다는 환호와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불만이 공존했다. 충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따른 명과 암, 안착을 위한 과제를 점검해 본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주 52시간 근로제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어떤 이들은 칼퇴근의 즐거움을 누리며 저녁시간을 취미와 여가활동으로 채우기 시작했지만 어떤 이들은 줄어든 소득에 표정은 밝지 않다. 대기업들은 부족인원 3만여명을 새로 뽑고 있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혼선을 가급적 빨리 수습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숙제(제도개선)에 고심하고 있지만 양도 많고 난이도도 높다.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퇴근 후 PT(개인트레이닝), 요가, 필라테스 등을 배우거나 평일 저녁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은 저녁시간대 강의 수를 늘려 ‘칼퇴’ 직장인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눈치 야근’이 줄어든 만큼 업무시간 중 일을 끝내기 위해 집중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일을 제때 마치면 정시퇴근이 가능한 분위기가 마련된 덕분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저녁 약속 시간도 앞당겨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는’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퇴근 후의 시간외 업무를 막기 위해 ‘카톡 업무 금지’를 명시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는 PC오프제도 사업장별로 속속 도입중이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맞춰 기업들이 진행한 신규채용 덕분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주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기업 1454곳 중 42.8%는 인력충원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했다. 813곳에서 상반기에 이미 9775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2만36명을 충원한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도입(35.2%), 교대제 등 근무형태 변경(16.8%), 생산설비 개선(16.6%)으로 주 52시간 시대를 맞았다.

이 같은 선제적 대비 덕분에 7~8월 성수기를 맞이하는 음료·주류업체 등도 물량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고 있다. ‘여름 한철 장사’인 빙과업체들도 미리 비축분을 갖추는 등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면서도 혼란을 피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게 힘에 부친다. 규모는 300인 이상이지만 대기업과 같이 신규채용과 교대제 개편 등을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1월 1일까지 단속·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연장·휴일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소득이 줄어든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이 소규모 공장으로 ‘이직 러시’가 나타난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급여뿐만 아니라 퇴직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고육지책으로 아르바이트, 외국인 근로자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건설현장은 작업시간 단축과 근로자 이탈로 공사기간 맞추기가 빠듯하다. 공사기간을 연장하거나 인력을 늘리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주 68시간으로 산정한 올해 상반기 이전 수주공사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사기간·계약금 조정 세부지침은 그래서 절실하다.

현장 일용직들은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임금 감소가 불만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업체 관리직은 평균 13%, 기능 인력은 평균 8.8%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 52시간제 미적용 현장으로 숙련공들이 이탈하면서 건설현장의 안전과 생산성, 공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의 혼란도 적지 않다. 주 52시간 특례적용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보장’이 필수적인데, 교수를 포함한 일반의들은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이 휴식시간을 어길 수 없다. 다른 직종에 비해 숙련된 인력을 즉시 수급하기도 어렵다.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병원도 적정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지방 중소병원 위주로 인력난을 호소한다. 피해가 환자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의 확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전면 허용 등을 절박하게 호소한다.한켠에선 이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중인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전히 진행되는 비효율적 업무로 인한 52시간 초과근무 등을 막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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