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로 간 화학도 '리틀 포레스트' 꿈꾼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정혁수 기자  | 2018.07.30 03:20

귀농 6년째 맞는 신선해농원 장슬기 대표…약용작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

-부모님이 수십년 간 일군 진도 농장 살리려 귀농
-2016년 직접 '신선해농원' 만들고 '청여농' 활약
-진도 자연환경 활용한 'Little Forest' 건설 부푼 꿈

전남 진도군은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한반도 서남쪽 바다의 230여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랑대첩지인 울돌목해안, 신비의 바닷길, 진돗개, 구기자 등 볼거리, 먹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본섬인 진도는 농경지가 넓고 농산물이 풍부해 '보배의 섬'이란 뜻에서 '진도(珍島)'라 명명됐을 정도다.

맛 좋고, 영양가 높은 진도 농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진도 청년 농업인들의 움직임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이들은 도시민들의 소비트렌드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위해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귀농 6년차를 맞는 신선해농원 장슬기(32·여) 대표도 올해 직접 키운 약용작물과 칡으로 소재로 한 기능성 음료 '내안에 석류칡'을 선보였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이 풍부한 칡과 석류를 하나로 만든 액상차로 울금, 작약, 차즈기잎,구기자,황기 등 11가지 재료가 담겨있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장씨는 "몸에 좋은 진도특산품으로 만든 건강 식품"이라며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여성, 폐경기·갱년기 등 신체 변화가 걱정되는 분들이 섭취하면 좋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씨는 졸업당시 약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었다. 고향이 진도, 그것도 산 속이다보니 원래부터 주변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화학과를 선택한 것도 '식물속 건강 성분을 찾기 위해서' 였을 정도다.

그 무렵 고향에서 날벼락같은 소식이 날라왔다. 부모님이 수십 년 가꾸어 온 농장이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는 것이었다. 3남매의 '맏이'였던 장씨는 결국 꿈을 접고 농장을 살리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와야 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막상 농장을 살리겠다고 내려오긴 했지만 농사를 준비해 온 것도 아니고, 여자 몸으로 농장일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어요. 농사를 제대로 짓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없었던 거죠"

장씨 본인은 물론이고 사슴만 키워온 부모님도 농사경험이 전무했다. 호박, 배추 등 도전하는 작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다부지게 마음먹었지만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 무렵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청년여성농업인들을 만난 건 새로운 기회가 됐다. 농사를 지으면서 '세상과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는 데 자기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농사를 짓는 여성농업인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내 옆에 나와 같은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도 생겼다.

주어진 환경을 다시 돌아보며 장씨가 시작한 건 진도산 약용작물을 소재로 한 가공식품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2016년 '신선해농원'이라는 브랜드도 출범시켰다. 진도 의신면 산골짜기에서 초석잠, 울금, 돼지감자, 수세미, 여주, 구기자, 꿀고구마, 미니밤호박 등을 직접 키웠다.

'땅속 진주'라 불리우는 진도 야생칡에 '과일의 여왕'인 석류를 넣어 만든 '내안에 석류칡'은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다.

"약용작물을 키우면서 옆에 계신 어머니, 외할머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세상의 모든 어머님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봐야죠"

청년여성농업인CEO 중앙연합회 '전라지부장'으로 활동하는 장슬기씨는 진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삶의 의미를 한 번쯤 되돌아보고, 힐링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숲(Little Forest)'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다.

"진도의 자연환경이 참 좋아요. 먹을 것도 많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연환경도 제공할 수 있는 곳이죠.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준비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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