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오후 6시면 꺼지는 PC…눈치보기 없어졌다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김세관 기자, 서진욱 기자 | 2018.07.29 16:15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야근 악명 높은 게임업계도 '워라밸'…일부 업무 효율 떨어진다는 지적도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닙니다."
오전 8시 반. 교통 체증을 피하기위해 조금 일찍 출근한 LG유플러스 직원 A씨가 컴퓨터를 켜자 이같은 화면이 뜬다. LG유플러스는 주52시간 제도 도입보다 한 발짝 앞서 지난해 근무제도를 손봤다. 일괄적으로 사내 PC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쓸 수 있도록 한 것. 오후 6시가 넘어도 마찬가지다. 추가 근무를 하려면 조직장에게 사유 보고를 해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A씨는 "초반에는 조금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 칼퇴근할 수 있어서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에 근무하는 B씨도 지난 3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후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 워킹맘인 B씨의 경우 아이가 아파도 근무 때문에 직접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상황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출근 시간을 늦춰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된 지 1달이 돼 가는 가운데, ICT(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전 혼선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부터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논란이 됐던 게임업계의 변화가 가장 크다. '3N'으로 불리는 국내 빅3 게임사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대부분 주52시간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올해 초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루 중 꼭 일해야 하는 '코어 타임'을 정하고 이 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개인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다만 게임 출시 때 일이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 탄력근무제 개념도 함께 섞고 있다.

과도한 업무를 막기 위해 넥슨은 출근 후 8시간30분이 지나면 알람을 울려주는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했을 정도다. 이후 일하는 문화도 변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집중적으로 근무한 뒤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하고 긴 주말을 갖는 식이다.


KT가 최근 임직원 700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근무현황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 중 78.4%가 업무 시간이 확 줄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답변했다. 또 정시출퇴근 준수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 중 97.8점으로 조사됐다.

물론 일부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 보다는 노는 시간에 초점이 더 맞춰지는 분위기라는 것. 각기 다른 근무 시간 때문에 업무에 혼선이 빚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관리자는 퇴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직원만 퇴근한 경우 카톡으로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내려 불만이 쌓이는 경우도 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경쟁력 저하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ICT업종에 대해 특별 연장 근로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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