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재입대 꿈까지 여러번 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정"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8.07.27 03:57

[피플]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최우영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최임위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공익위원 인선이 늦어지며 한달간 공백이 이어졌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반발한 노동계의 불참으로 또 다시 한달을 허비했다. 막바지에는 업종별 구분적용 부결에 반발하는 경영계의 보이콧이 있었다.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은 27명의 위원들 중 유일하게 고용노동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과정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공익위원으로서 노사위원들의 입장을 중재하면서도 정부가 입김을 넣는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김 부위원장은 “인상률 논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경제와 고용상황이 안 좋아지고 산입범위 확대가 이슈화되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익위원과 노사위원을 합쳐 27명 중 19명이 새로 왔는데 서로 안면을 트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기도 전에 곧바로 심의에 들어가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 기간 동안 노사위원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정부개입 논란’이었다.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맞춰 인상률을 정하려 한다는 시선은 내내 부담이었다. 그는 “제가 공무원이다 보니 말 한마디가 혹시 정부 입장으로 오해 받을까 봐 중립성과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노사간 이해 대립 과정에서 신뢰를 잃지 않고 원만히 해결하는 게 저의 역할이었다”고 강조했다.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아픈 대목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내부 상황도 힘든데 공익위원이 노동계와 정권에 편향됐다는 공격이 이어질 때는 매카시즘이나 문화대혁명까지 떠올렸다”며 “군대에 다시 가는 꿈까지 여러 번 꿨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막판 경영계의 퇴장 이후였다. 김 부위원장은 “노사가 모두 만족하는 최저임금이란 불가능한 미션이지만,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간 안에서 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최종의결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마저 퇴장하면 어떻게 하나 마음을 졸였는데, 한국노총 위원들이 최저임금 공백사태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표결에 남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위원들은 이익단체 대표자임과 동시에 공익 대표자로서, 이익집단만 수호하라고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니다”며 “일단 노사 단체에서 위원을 추천했으면 어느 정도 자율적 운신의 폭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 구분적용 논의에 대한 나름의 소신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은 “숙박업은 호텔과 여인숙, 음식업은 스타벅스와 동네 김밥집이 동일업종으로 묶인다”며 “결국 구분적용 논의가 되려면 지불능력, 경영여건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업종’이라는 기준 하나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기준으로 차등적용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물론 소상공인의 어려운 사정을 모두 공감하기에 류장수 위원장이 최임위 의결 직후 차등적용에 상당하는 효과를 낼 지원방안을 정부에 건의하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임위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정부의 대리인도 아니고 굉장히 복잡하고 상세한 논의를 바탕으로 노사공익위원들이 오랜 시간 치열한 공방을 거쳐 전개된다”며 “올해 최저임금 결정 논란은 최저임금제 시행 30년을 맞아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겪는 진통으로 여기고 이를 잘 극복해 우리 경제와 사회가 한 단계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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