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끝나지않은 증권업계 ME, TOO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 2018.07.25 16:29
최근 모 증권사 여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미투(성폭력 사건 폭로·피해자 지지) 운동에 나서지 못한 이의 작은 외침이었다. 증권업계 성폭력 방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친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연초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증권업계도 각 사별로 성희롱 및 성범죄 사전 예방 조치에 힘썼다. 한차례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모 증권사는 직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올해는 이를 한층 강화해 연간 단위로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이 성희롱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사 시스템상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탓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발은 여전하다. 본인을 모 증권사 계약직 여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아직도 회식자리에서 고충이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자정이 얼마남지 않은 늦은 시간 상사가 일대일 술자리를 요구한다거나 회식자리에서 무릎과 허벅지 등을 터치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쯤 계약 만료를 앞둔 여직원은 인사평가를 앞둔 회식 자리에서 부서장이 강권하는 술잔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증권업계 구조적인 요인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능력에 따라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 업권 특성상 연봉계약직 근로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10대 증권사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63%에 달했다. 3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이 40%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인사권한자의 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혹은 근로 연장이 가능한 직원들로선 고용 불안 속에 권력형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겉으론 드러나지 않더라도 권력형 성범죄가 잠복해 있을 개연성이 높다. 형식적인 교육 차원에서 그칠게 아니라 인사 시스템상 불합리한 관행이 없는지 내부의 허물을 드러내려는 본질적인 개선안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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