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소식] 인성교육을 사교육하다, 협동조합 아카데미쿱

머니투데이 함혜강 에디터 | 2018.07.27 09:36

이야기를 통한 감정발산과 행동 통제력을 키우는 인성교육 이야기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는 신나는조합과 함께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을 탐방 보도합니다.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 심우열이사장/사진=머니투데이
아카데미쿱의 초등학교 1~3학년 옛이야기 수업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토론중이다. 아이들 앞에는 책이 놓여져 있다. 전래동화 해님과 달님을 읽고 등장인물이 돼 보는 시간이다.

“선생님 해님과 달님에서 전 엄마가 잡아먹혔을 때 통쾌 했어요. 요즘 엄마가 항상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거든요.”
“그래도 엄마가 안계신건 슬퍼요. 엄마를 구해줄 방법은 없을까요?”
“그러니깐 엄마 말을 잘 듣고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지. 오빠가 나빴어.”
“나라면 호랑이를 물리치고 엄마를 꺼낼래.”

전래동화 속 여러 주인공 중에 감정이입하는 인물도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고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발산한다. 그리고 행동 통제력을 키운다.

“여기서는 공부하기 싫으면 싫다고 선생님한테 말할 수 있어요.” 학교에선 질문이 없는 아이도 이곳에 오면 질문이 많아진다. 옛이야기 반에서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전래동화를 듣고 등장인물이 돼 보고 그림을 그리고, 역할극을 하며 토론한다. 스마트폰을 몰래 꺼내보는 아이는 없다. 누구한테 의존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아이도 없다. 수업이 끝나고 간식을 나눠먹고 뒷정리까지 마친후 선생님(심우열 이사장)과 놀이터로 간다. 땀 흘려 신나게 놀면 수업은 끝난다. 간식을 먹고 뒷정리하는 습관부터도 인성교육의 시작이다.

아이들이 정체성-세계관-도덕성을 고루 함양한 시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게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의 바람이다.

대안교육 위한 학습공동체 만들다
첫 시작은 기존교육에 문제의식을 느껴 대안교육을 고민하던 선생님들이 모였다. 2013년 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해 아이쿱생협에서 첫 설명회를 했다. 공교육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학습공동체를 만들자는 목표로 대안교육을 위한 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만들었다.

현재 조합원 16명, 수강학생 230여명. 강사, 학생, 학부모의 참여로 수업을 개설하고 시간, 장소, 그룹구성 등을 서로 조율한다. 학생들은 언제라도 수업에 대해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회의를 하여 수업에 관한 제반 사항을 결정한다.

아카데미쿱 중등그룹활동 /사진제공= 아카데미쿱


공교육의 모자란 부분 채워주는 인성교육


공부와 학습은 의미가 비슷하지만, 뜻은 확연히 다르다. 심우열 이사장이 풀어준다.

"장인 공(工)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죠. 하나는 수공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던 도구의 모양을 나타내는 것, 다른 하나는 하늘과 땅[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ㅣ] 열심히 노력함을 의미합니다. 대부 부(夫)자는 하늘과 땅[二] 사이에 사람[人]이 우뚝 서 있다는 뜻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공부(工夫)'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훌륭한 사람'이란 건강한 몸,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성격, 똑똑한 머리를 두루 갖춘 사람을 의미합니다.


배울 학(學)이라는 글자는 어린 학생[子]이 책상 위에 책을 두 손으로 잡고 읽고 있는 모습을 본떴습니다. 책을 통해 개념적, 인지적으로 습득한다는 뜻이죠. 익힐 습(習)은 깃털(羽)달린 날개를 가진 새가 흰 색 바위(白) 위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입니다. 새들은 나는 법을 직접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날개를 퍼덕이며 배우죠? 직접 실천해서 몸으로 익히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학습(學習)'은 '책을 통해 개념학습을 하고, 실전 연습을 통해 그 내용을 몸에 익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등학교 4~6학년이 속한 초등한문 교양반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한자어의 획을 외우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한자어가 들어가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식이다. 심 이사장은 “아이들이 한자를 배우며 인성과 주체성을 함께 배운다”며 “이렇게 쌓인 밑거름은 중학생이 되면 삶의 영역에서 책임감이 된다”고 말한다.

아카데미쿱의 교과과정은 여러 교과를 통합한 수업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 내용을 학부모와 긴밀하게 소통한다. 교과공부보다 인성과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수업방식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카데미쿱 수업 소개 /사진제공= 아카데미쿱
초등학교 저학년은 ▲옛이야기반, 초등학교 고학년은 ▲초등한문교양반 ▲자연반, 중등반은 ▲인문반▲고전반▲자연반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학습지와 활동자료가 주어지지만, 수업목표 설정에 참여하여 스스로 탐구하도록 설정한다.

서울 12개 지역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수업마다 자세한 일지를 만들어 학부모와 나눈다. 부모님간담회는 1개월마다 한 번씩 진행한다.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 이다. 수업은 보통 다른 협동조합의 빈 공간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수업료는 한 달에 10만~18만원선. 협동조합에 가입된 조합원은 1만원 할인도 들어간다. 신청은 전화나 아카데미쿱 블로그를 통해서 상담할 수 있다.

동등한 인격체로 의사결정권을 나누는 선생님들

협동조합형태로 운영하니 선생님간의 위계 서열이 없다. 조합원간에 자원을 나누는 룰을 직접 정하고 서로 눈치 보지 않는다. 교육과정별로 선생님들은 팀을 구성하고 교육과정을 공동연구 한다. 직접 교재를 개발하고, 수업을 준비한다.

심 이사장은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며 “이는 수업의 질로 그대로 드러 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 심우열이사장 인터뷰 /사진= 머니투데이
목표는 교육을 통해 행복을 찾고, 유지하는 것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사이에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 중인 아카데미쿱은 올해 새로운 교육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시대의 위험에 대한 방어를 연구하는 협동조합 ‘소요’와 협업으로 네트워크 사회에서 위험 요소와 긍정 활용 요소라는 콘텐츠를 공동개발 예정이다.

심 이사장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안정기에 왔다”며 “아카데미쿱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최선을 다해 실행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더불어 "교육을 통해 행복을 찾고 유지하는 조합의 최종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베스트 클릭

  1. 1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커피 하루 2~3잔 여성의 몸에서 생긴 변화…남자는? '글쎄'
  4. 4 쓰레기만 든 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5. 5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