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 vs 역풍' 페미니즘 논쟁 뜨거운 대학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방윤영 기자, 김영상 기자, 원은서 인턴기자 | 2018.07.25 04:02

[영 페미니즘, 길을 묻다]③페미니즘 동아리 붐비는 대학가… 일부 거부감도 표출

편집자주 | 대한민국 페미니즘이 또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올초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분노는 소위 '몰래카메라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유X무죄 무X유죄' 등 남성 성기를 시위 구호로 삼고 '재기해' 등 혐오 표현 쓰길 주저하지 않는다. 당한대로 보여준다는 이른바 '혐오 미러링' 전략이다. 여성운동이 양성평등 운동으로서 변화를 끌어내려면 이해가 필수다. 혐오를 넘어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기 위해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3월30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행사에 국민대 학술동아리 '비상구' 회원들이 대학 내 성폭력·성차별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참석한 모습 /사진=국민대 학술동아리 '비상구' 제공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불붙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해보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기존 관련 동아리에 관심도가 높아졌고 새로운 동아리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외대 여성주의학회 '주디' 학회장 조시은씨(21)는 "올해 1학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회를 찾는 걸 보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성(性) 갈등이 커졌다고 느꼈다"며 "남학생들도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위해 페미니즘을 공부하러 2~3명씩 온다"고 말했다.

한양여대에선 올해 처음 페미니즘 동아리가 생겼다. 올해 3월 한양대 반성폭력·반성차별 모임 '월담' 한양여대 지부를 설립한 김민정씨(20)는 "어릴 때부터 (불평등한) 일상에서 느낀 의문의 해답을 페미니즘에서 찾은 이후 페미니즘에 관심이 커졌다"며 동아리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안경진씨(21)와 강다혜씨(20)는 지난달 페미니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샤우팅: 함께하는 성평등'을 개설했다.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해석 등을 담고 있다. 개설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탓에 제작한 영상이 3건뿐이지만 총 조회수는 5만5000회에 달한다.

안씨는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지망생으로서 성차별 요소가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며 "변화를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흥미로운 콘텐츠로 더 많은 이들에게 퍼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사회 변화에 반발해 발생하는 격렬한 반발이나 심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초 서강대 여성주의 학회 '담다디'를 설립한 최가영(21)씨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판이 누군가에 의해 부서지는 일을 당했다.


최씨는 "학교 내 여성주의를 향한 공격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다"며 "페미니즘 활동이 본인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여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민정씨는 "여대인데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분위기"라며 "(가부장제 질서를 인정하는 가운데) 결혼과 자녀양육을 장려하는 수업이 열리고 여성학 수업은 1~2과목뿐인 학교 분위기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 페미니즘 관련 활동은 계속 확산 될 모양새다.

최가영씨는 "학회가 백래시 공격을 받은 뒤 학회에서 판매하는 문집 수요와 후원금이 늘고 신입 회원들도 많아졌다"며 "오히려 학회의 존재도 알리고 학내 페미니스트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비롯한 인권 문제를 공부하는 국민대 학술동아리 '비상구' 대표 곽서린씨(22)는 "분위기가 긍정적이든 아니든 어차피 페미니즘 활동은 이뤄져야 하고 없으면 창피한 것"이라며 "학내 페미니즘 활동이 대학 전체로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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