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불혹(不惑)의 LG회장 구광모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18.07.23 04:28
‘정도경영’을 실천한 고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매출 160조원, 재계서열 4위의 LG그룹 총수로 구광모 회장이 선임돼 공식 출범했다. LG그룹의 4세 경영자 신임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으로 만 40세의 젊은 총수다. 흔들림 없는 주관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불혹’(不惑)의 나이지만 본인이 느낄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거창한 취임식을 온라인 게시판의 인사말로 대신하고 회장보다 ‘대표’라 불러달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글로벌 기업 LG호를 끌어가려면 흔들림 없는 주관만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공자는 50세에 역경을 공부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알았고, 60세가 돼서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며, 70이 되고 보니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세상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LG그룹 정도를 끌어갈 총수라면 불혹이나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이 아니라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의 내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인생을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있다. 자신에게 어렵고 고단하고 심지어 흉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맞서야 할 때가 있다. 그게 군자의 도리라고 공자는 가르친다. 그리고 진정으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사람은 자신의 지혜나 잠재 에너지가 발휘된다.

구광모 신임 회장도 그랬다. 그가 친부인 구본능 회장 곁을 떠나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들어간 것도, 불혹의 나이에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것도 모두 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수였다. 가문의 결정이고 그룹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구광모 회장의 취임을 놓고 전근대적 지배구조의 전형이고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이루어졌다고 비판하지만 더한 욕을 먹더라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기업 총수가 그렇지만 불혹의 신임 구광모 회장 앞에 놓인 숙제도 한둘이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고, 조직을 혁신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일도 화급하다.


LG그룹은 삼성이나 SK와 달리 그룹을 먹여살리는 글로벌 1등 사업,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다. 전자 화학 통신 바이오 등에서 어떻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느냐가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가 당면한 큰 고민거리다. 반듯하지만 역동성이 부족한 그룹문화를 젊고 빠르고 혁신적 조직으로 바꾸는 일도 신임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구광모 회장은 어떻게 숙제를 풀 것인가.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성공한 기업의 리더는 영재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라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평범하지 않는 기업을 일궈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권력과 권한은 아래로 넘기고, 끝없이 배우고 소통해야 한다고 마윈은 말한다. 젊은 구광모 회장이 참고할 만하다.

세상에 슈퍼 경영자는 없다. 그건 신화일 뿐이다. 아무리 탁월한 경영자도 경기 사이클과 업황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세상에는 개인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이나 많다. 또 능력이 뛰어나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

우주도 역사도 인생도 모두 미완성이다. 당연히 기업 경영도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라. 구자경·구본무의 길이 있듯이 구광모의 길이 있다. 구광모 회장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스스로 도와야 하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앞날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 절제하고 더 겸손하게 묵묵히 이루어가다 보면 모두가 그를 믿고 따를 것이다. 영웅은 원래 모습이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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