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이번 실패에 대해 미국 IT(정보기술) 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의 '오만'이 빚은 참사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넵 투펙치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전체가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자기가 이 세상 모든 문제를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으며, 자신의 선의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면 어리둥절해 한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공교육을 재발명하겠다"며 1억7000만달러(약 1087억원)를 들여 초등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년 구분 없이 관심사에 따라 수업을 받고, 교과서 대신 온라인 강좌를 찾아 스스로 학습했다. 정해진 시험도 없었으며, 대신 수십 대의 카메라가 학생 표정을 읽어 학습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평가했다. 처음에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환영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학습방법이 학습능력 향상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학생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학교는 폐교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굴욕'이라 불린 착즙기계 주세로(Juicero)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집에서 간편하게 신선한 주스를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며, 8t 압력의 착즙기와 잘게 썬 유기농 채소가 담긴 팩을 정기 배송했다. 주요 IT매체로부터 '주스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제품 출시 전 1억2000만달러(약 1382억원)를 투자받았다. 그러나 45만원짜리 착즙기 성능은 맨손으로 짰을 때와 차이가 없었다. 첨단 기술을 동원했지만 맨손 수준의 기계가 탄생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세로는 '편협한 섬'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자 실리콘밸리 자만심의 아바타였다"고 비판했다.
와이어드는 "오만한 테크 엘리트들이 혁신이라며 '있어 보이는 쓰레기'를 만들어, 구멍가게를 죽여 부자가 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구글벤처스 투자자 MG 지글러는 "실리콘밸리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며 "갈수록 우리 업계 사람들이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다. 망상을 토해내는 인공지능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휠러 탬파대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에게 "당신들은 자신을 전지전능한 신이라 생각하지만, 단순한 솔루션으로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고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너무 하늘 가까이 날다가 바다로 추락한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를 기억하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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