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가뭄에 지난해 北 성장률 -3.5%…20년 최저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8.07.20 12:00

한국은행, 지난해 북한 성장률 추정 결과 발표…대북제재로 수출 37% 급감, 1인당 국민총소득은 남한의 23분의 1 수준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3.5%로 추정됐다. 20년 만에 최저치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데다 가뭄이 이어지는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 규모가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3.5% 감소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지난 1997년(-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는 북한 경제가 자연재해와 국제적 고립으로 대기근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북한은 경제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대신 한은은 1991년부터 매년 국가정보원, 통일부, 코트라(KOTRA) 등으로부터 기초자료를 제공받아 북한 성장률을 추산해왔다. 북한의 경제력을 우리의 시각에서 비교·평가하고 대북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은이 추정한 북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5년(-1.1%) 이후 2년 만이다. 북한 경제는 2011~2014년 4년 연속 1%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 가뭄 등으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2016년에는 성장률이 3.9%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경제 규모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북한 성장률이 크게 꺾인 것은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수도업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모두 2016년 플러스에서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일단 기후 여건이 나빴다. 파종 시기 덮친 가뭄으로 곡물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서 농림어업이 전년대비 1.3% 줄었다. 농림어업은 지난해 기준 북한의 전체 명목GDP 중 22.8%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가뭄이 수력발전량 감소에도 영향을 주면서 전기가스수도업은 2.9% 감소했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은 수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광물 생산도 석탄을 중심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광업은 11% 감소했다.

가뭄에 따른 수력발전량 감소는 중화학공업의 생산 부진으로 이어졌다. 에너지와 원료 부족으로 중화학공업 생산은 전년대비 10.4% 급감했다. 화학제품, 1차 금속제품 등의 감소세가 컸다. 경공업도 0.1%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전체 제조업 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6년까진 대북 제재가 북한의 대외교역에 미치는 효과는 미약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지난해엔 수산물, 석탄, 섬유제품 등 북한 주력 생산 품목의 수출길이 막히는 등 제재 강도가 세졌다. 그러자 대외교역 규모가 급감했고, 이것이 경제 성장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북 제재의 효과는 정확히 추정하긴 어렵지만 대외교역 감소를 통해 북한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는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출과 수입을 포함한 대외교역 규모(남북 교역 제외)는 55억5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수출은 전년대비 37.2% 줄어든 1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0년(15억1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석탄 등 광물성생산품(-55.7%), 섬유제품(-22.2%), 수산물 등 동물성생산품(-16.1%) 수출이 주로 줄었다.

반면 수입은 37억8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8% 늘었는데, 대북제재가 주로 수입보다는 수출을 중심으로 강하게 이뤄졌던 결과로 보인다.

남북간 교역 규모는 전년대비 99.7% 감소한 9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된 영향이다. 민간차원의 인도지원 물품이 90만달러 북한으로 반출됐을 뿐, 그 외에 반입 실적은 '제로(0)'였다.

올해도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시행된 대북 제재의 효과가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미 교역 부진은 숫자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대비 87%, 수입은 40.3% 대폭 줄었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95% 가량을 차지하는 나라다.

한편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GNI)은 36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이는 한국(1730조5000억원)의 47분의 1(2.1%) 수준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4000원으로 한국(3363만6000원)의 23분의 1(4.4%)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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