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시민, 기업인과 김정은 비교의 아쉬움

머니투데이 제주=임동욱 기자 | 2018.07.20 08:26

"재벌 2·3세 중 김정은 만한 사람 있냐" 발언 놓고 구설…충격요법 치고는 비교 대상 부적절 지적 많아

유시민 작가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사진=뉴스1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스타 강연자는 단연 유시민 작가였다. 19일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 작가의 강연에는 수많은 청중이 몰렸다.

TV에서만 봤던 유 작가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참석자들은 고무된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을 지낸 유 작가는 특유의 해박함과 소탈한 모습으로 포럼 참석자들을 만났다.

유 작가는 "이번 제주포럼에서 강연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다른 수많은 곳에서 섭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하느라 힘들다"고 했다. 청중들은 그가 유명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의 해박함은 강연 곳곳에서 드러났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음에도 대부분의 포럼 참석자들은 자리를 지키며 경청했다. 그때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강연 후반부에 유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들 가운데 김정은 만한 사람이 있느냐"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권력을 다르게 써서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 그게 혁신이다"라고 했다.

유 작가의 의도를 선의로 받아들이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대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혁신하려는 국내 대기업의 2, 3세가 드물다는 것을 지적하려 했을 것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일그러진 일면을 감안할 때 분명 수긍할 만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독재 공산국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사례로 든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듣고 난 뒤 입맛은 쓰다.


대표적인 재계 2~3세로 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근에 작고한 구본무 LG 그룹 회장 등이 있다. 그들이 김정은만 못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일단 정권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은 너무 나간 면이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상공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기업인들을 비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보고 시비를 건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손가락질이 잘못된 듯하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다. 밋밋한 혁신은 아니한만 못하다. 유 작가는 충격 요법을 통해 기업인들에게 혁신의 필요성을 알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서 그의 강연을 듣던 기업인들 상당수는 '그의 말에 수긍하기보다는 불쾌감'으로 당혹해 했다. 달변가인 그가 이번에는 의도와 별개로 표현이 너무 셌다.

유 작가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장관으로서 국정을 운영했을 때도, 세계 역사를 거꾸로 보자는 책을 썼을 때도 그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대중들이 그를 보고 싶어하는 궁극적 이유는 그의 '파격'과 '정연한 논리'에 있었다.

그의 말은 평범해 보여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있었다. 미처 생각치 못했던 점들을 논리적으로 짚어주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무게감 있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존중받아 왔다. 그런 그가 '가볍지 않았으면' 한다. 책임감 있고 신중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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