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뇌물수수 혐의에서 무죄 판단을 받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전직 국정원장들과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은 모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뇌물수수, 국고 손실 등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지난 1월초 재판에 넘겨진 지 6개월여만이다. 이날 선고공판은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부터 2016년 9월까지 당시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들과 공모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총 3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공모해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별도로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앞서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국가 안보를 위한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요구했고 국정원장들이 금전적으로 충성한 전형적 권력형 비리"라며 "국정원 특활비로 이뤄진 은밀하고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진행된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국정원 특활비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지난달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남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국고 손실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보고 뇌물공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남 전 원장 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것은 뇌물을 주고 받은 게 아니라 횡령(국고 손실)한 금액을 넘겨준 데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당시 남 전 원장 등에게 징역 3년~3년6개월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재판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도 지난 12일 남 전 원장에게서 돈을 건네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뇌물수수 방조, 국고 손실 방조 등)를 받은 안·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관여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이·정 전 비서관 역시 '국고손실 방조'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을 뿐 '뇌물수수 방조'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정원 특활비' 자체가 뇌물이 아닌 만큼 '뇌물수수를 방조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특활비를 상납한 쪽와 전달한 쪽이 모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은 만큼 특활비 수령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선고될 형량도 검찰 구형량(징역 12년)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이용해 2016년 총선에서 '친박' 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불법 여론조사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공선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