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 등 노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카드수수료·가맹비 부담이 완화되는 속도에 비해 인건비 부담 가중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내수경기 활성화조차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 등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보완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점 갑질 단속 등 정책들이 자영업자들에게 속 시원한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임대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임대료 인상 상한율을 9%에서 5%로 낮추는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영업자들은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은 바로 높아졌지만 임대료 대책으로 임대료가 낮아지지는 않았다"며 "심지어 건물주들은 정부 규제 추세를 읽고 이미 임대료를 높일 대로 높여놨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임대료 상한률이 개정되기 전인 2016년 3분기 서울 소재 주요상권 상가 임대료는 이전 분기 대비 9.3% 상승했다. 계약갱신 시에는 임대료 상한률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허점으로 작용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 정책도 보완할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8%로 인하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를 매출구조로 산정하는 체계가 변하지 않아 편의점이나 주유소 등 이윤은 적고 매출만 높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중소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율 책정 구간을 수정하는 등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부담 완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소상공인업종 폐업률(전체 업소 중 폐업한 업소 수)은 2.5%로 창업률(2.1%·전체 업소 중 창업한 업소 수)을 앞질렀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새로 생기는 자영업자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상황은 쉽게 바뀌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자영업자의 75.3%는 경영상황이 '위기상황'이라고 답했다. '양호'는 2.3%에 불과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7월 3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8.7%로 전 계층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여줬다. 6월 2주차 조사에서 66.8%를 기록한 뒤 연속 내리막이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자영업자의 체감 경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 원인과 심각성을 모르니 대책들이 임시방편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이해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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