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보물선에 몰린 '1조'…가라앉는 건 한순간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오정은 기자 | 2018.07.19 18:34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①제일제강 외 4개 종목도 보물선 테마에 편승하려다 실패

편집자주 | 근 20년 만에 다시 등장한 보물선 테마주(株)에 증시자금 1조원이 몰렸다.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지만 허황된 꿈은 상처만 남긴다. 이미 주가하락이 시작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당국도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묵은 보물선 테마의 실체를 검증하고 이들이 증시에서 활개치는 이유를 분석한다.

돈스코이호(號)/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캡쳐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울릉도 보물선이다. 자본금 1억원의 신생회사 신일그룹이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수몰된 러시아 전함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은 이 배에 150조원 가치의 보물이 실려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제일제강 등 신일그룹과 관련 있는 기업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급격히 거품이 꺼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신일그룹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이들이 다단계 가상화폐 판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되 상황을 더욱 의심케 한다.

◇제일제강 밑에 숨어있던 4개 테마주에 몰린 자금만 '1조원'=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돈스코이호와 관련, 표면적으로 나타난 기업은 제일제강이 유일하지만 물밑에선 4개의 기업을 추가로 테마주에 묶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A사는 계열사가 신일그룹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루머가 있었고 B사는 과거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했던 동아건설 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었다. C사는 선박 인양사업, D사는 제일제강 납품관계로 묶였다.

주가급등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동안 5개 기업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총 1조원에 달했다. 제일제강이 5000억원을 넘었고 나머지는 500억~1500억원씩이었다. 이들의 평소 거래대금은 일평균 1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거품이 꺼진 테마주들은 처참하다. 제일제강은 18일 최고가 5400원에서 현재 3100원으로 내려앉았고 A사도 40%의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0일 전부터 제일제강 보물선 이슈가 메신저로 유포됐다"며 "이후 3~4개 기업을 테마주로 편입하는 시도가 이어져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고 귀뜸했다.

◇20년 전 보물선 재탕. 투자자 왜 현혹됐나= 신일그룹이 언급한 보물선은 이미 2000년~2001년 동아건설이 인양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도 보물선과 해저유물, 광물개발을 내용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2010년에는 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허위로 판명됐고 경영인들은 구속, 기업은 상장폐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풀이된 보물 테마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달콤한 거짓'을 믿고 싶어하는 심리가 먹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 분석임을 전제한 후 "부동산 경기가 좋거나 증시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근거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자금압박을 받는 등 경제적 강박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이 생긴다"며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되는데 보물선이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물선 테마가 등장한 2000~2001년은 한국증시의 IT 버블(거품)이 꺼져 숱한 '주식 파산자'들이 생겨났던 시기였다. 2000년 3월 2834.40(현 기준으로 수정)이었던 코스닥 지수는 그해 연말 525,80으로 추락했다. 이듬해는 카드대란까지 발생했다. 2010년~2011년 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파동 때도 이와 유사했다.

◇보물테마 등장, 증시 침체기와 일치…당국 "신일그룹 주시"=
최근 역시 경기둔화와 증시급락,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이 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자사의 '가상화폐'와 '주식대박'을 세트로 묶었기 때문에 폭발력이 컸다는 평가다.

당국에서도 신일그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물선 투자 주의보를 발령했고 한국거래소도 주가조작 의혹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조사를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언론에서 보물선과 관련한 세밀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 과열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불공정 거래와 무분별한 테마주 생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보물선이 사기라는 고소가 접수될 경우 곧바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신일그룹은 이미 이름이 비슷한 신일광채그룹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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