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1962년 첫 원자력발전소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현재 가동 원전만 58기에 달하는 세계 2위의 원전 대국이다. 전체 전력공급량의 약 72%를 원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긴 원전 역사를 가진 프랑스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프랑스는 1960년대 후반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식을 고민했다. 20여년의 연구 끝에 심지층 처분을 가장 적합한 처분 방식으로 결정하고 1987년 △화강암 △점토 △암염 △셰일 등 4개 심지층 처분장 부지 확보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일부 환경단체,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로 1990년 부지 선정 절차를 중단한다.
프랑스 의회는 1991년 말 방사성폐기물관리연구법을 제정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마련에 나선다. 우선 심지층 처분장 마련에 앞서 지하연구시설(URL)을 운영하기로 하고 예비조사를 진행했다. 지자체 신청 등을 받아 28개의 예비후보 지역을 선정하고 지질조사와 지역주민 협의를 거쳐 1993년 4개 예비지역을 선정했다. 이어 1994년부터 2년간의 예비 지질평가 작업을 실시해 뫼즈·오트마른(뷰흐), 가르, 비엔 3곳을 최종 후보지로 압축하고 이 중 뷰어를 입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 2005년 관련 절차를 다시 중단한다.
프랑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국민 공론화에 나선다. 2006년 방사성폐기물관리계획법을 제정하고 독립 행정기관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주도로 국민 토론 등 정치·사회적 합의를 시도한다. 2012년 시작해 16개월간 7만6000여명이 참여한 공론화를 통해 ‘유력 후보지인 뷰흐에 URL을 우선 세워 과학적 검증을 거친 뒤 심지층 처분장을 마련하자’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전담기관(ANDRA)는 뷰흐 URL 실험·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뷰흐 인근에 ‘심지층 처분장(CIGEO)’ 건설 인허가를 신청하고 2020년부터 건설에 들어가 2025년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프랑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성공적으로 마련한 비결은 20여년 이상에 걸쳐 충분히 진행한 공론화에 있다. 지역 수용성 제고도 주목할 만 하다. URL을 통해 심치층 처분장에 대한 과학적이고 기술적 신뢰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진흥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ANDRA는 뫼즈·오트마른 지역에 연간 3000만유로(약 39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피에르 마리 아바디 ANDRA 대표는 “프랑스 경험에 비추워볼 때 최종처분장 입지 결정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마련하는데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책 마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특히 최종처분 시스템의 안전성을 실험 및 시험을 통한 실증으로 증명해야만 신뢰에 기반한 주민 수용성 구축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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