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과로 사회'로 화제를 모은 사회학자 김영선이 신간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를 냈다. 바뀐 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묶일 수 밖에 없는 건 사회문화적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고 해체 방안을 탐색한다.
저자는 "장시간 노동에 예속됐지만 그 사실을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과로가 유발하는 신체적·정신적·관계적·사회적 질병을 '시간마름병'이라고 진단하고 우리 모두 '시간마름병' 환자라고 직설한다.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요소는 자본의 신기술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업무 지시하고, 시공간에 묶여있지 않는 노동자는 언제든 호출된다. 두세 사람의 몫을 혼자 짊어지는 구조,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성과 장치 등으로 우리 모두는 시간 기근에 허덕인다.
저자는 '시간제 일자리', '조기퇴근제' 등 미봉책 보다는 세부 상한선이 엄격한 시간규제, 초과 노동에 대한 패널티 등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포괄임금제, 특례업종에서 장시간 노동을 방조하는 관행 등은 과감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제도와 의식이 맞물렸을 때 구현된다. 각자의 시간권리를 주체적으로 누릴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다른 삶과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지향하는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그래야만 장시간 노동으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김영선 지음. 한빛비즈 펴냄. 256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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