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정상화 너무 서둘렀나…곤혹스런 KAI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8.07.18 16:28

해병대 마린온 추락 사망사고에 기체결함 여부 집중조명…김조원 사장 선임 후 공급 재계 속도 내

한국우주항공산업이 개발한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사진제공=한국우주항공산업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ARINEON)' 사고로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기체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판명될 경우 KAI의 고질적인 기술력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무리하게 납품을 재개한데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 있어서다.

김조원 KAI 사장은 회사를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적체됐던 수리온 공급을 조기에 재개한 책임자다. 이로 인해 사고원인이 기체결함이냐에 따라 수리온의 결함을 충분히 보강하지 않고 무리하게 납품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17일 경북 포항에서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MARINEON) 2호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KAI 관계자는 "사고 직후에 군 당국과 협의해 사내에 긴급 대책반을 마련했다"며 "현재 사고 경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섣부른 추측을 할 수가 없지만 사고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추락한 헬기는 KAI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은 개조한 헬기다. 수리온은 2012년 개발 완료 후 육군에서 임무수행능력을 검증받았다. 이후 KAI는 2013년 7월부터 시작된 상륙기동헬기 개발에 나서 2015년 1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8개월간 다양한 비행시험을 거쳐 해병대의 작전 무대인 함상 및 해상환경에서의 운용적합성을 통과했다.

해병대는 지난 1월 마린온 2대를 인수했다. 해병대는 마린온 1·2호기에 대한 훈련 비행과 임무 수행능력 평가 등을 거쳐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이번 사고는 2023년까지 총 28대의 마린온을 도입할 계획인 해병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문제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밝혀질 경우 수리온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린온의 기반이 된 수리온과 관련된 사고는 그간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리온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수리온이 결빙 성능과 낙뢰보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비행 안전성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KAI는 이후 체계 결빙 시험을 다시 진행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리온은 개발과정에서 갖가지 '방산비리'에 연루된 헬기로 낙인 찍혔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해 12월 1일 취임 한달을 맞이해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이 같은 이유로 '수리온 헬기 개발 비리'를 비판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담아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 사장이 작년 10월 취임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주력 제품인 수리온의 공급 정상화에 힘썼다.

감사원 지적사항에 지난해 6월부터 납품이 중단됐던 수리온은 같은 해 11월 공급을 재개했다. 김 사장은 작년 12월 공장 투어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수리온은 품질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리온은 현재 군(90여 대)을 비롯해 경찰청(4대), 산림청(1대), 소방청(1대)에서 운용 중이다.

김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수리온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KAI는 인도네시아, 태국, 이라크, 중남미 등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말 "필리핀에 수리온 11대를 수출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섣불리 예단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수리온의 수출 목표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KAI는 앞으로 15년간 약 200여 대의 수리온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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