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라텍스 베개도 혹시?" 방사선·라돈 검사하니…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8.07.18 15:28

방사능119측정소, 시민 107명 신청한 제품 283건 중 32%서 방사선 검출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팀 팀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방사능119 측정소'에서 시민들이 가져온 방사능 의심 제품에 대해 감마선과 베타선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뢰하신 베개에서 방사선이 나오고 있네요."

18일 오후 시민이 의뢰한 라텍스 배게와 매트리스를 측정한 '방사능119 측정소' 활동가는 베개에서 시간당 0.32 밀리시버트(mSV)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방사선 물질인 베타선과 감마선이 나오는지 검출하는 '방사선 간이 계측기'로 측정한 결과다. 쉽게 말해 베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0.32면 높은 수치인가', '기준치가 있는가' 등 시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팀장은 "정부는 연간 1밀리시버트가 넘으면 안 된다고만 밝히고 있다"며 "개별 제품마다 방사선 기준치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방사능119 측정소'를 만들어 시민들이 가지고 오는 각종 제품에서 방사선 검출 여부를 측정해주고 있다. 방사선뿐 아니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라돈' 검출 여부도 조사한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시민 107명이 신청한 제품 283건을 조사했다. 이날까지 방사선 측정 신청자는 모두 307명에 이른다.

방사능119 측정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달간 측정소를 운영한 결과 조사 제품 283건 중 31.8%(90건)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방사선이 검출된 품목별로는 라텍스 제품(71건)이 가장 많았고 건강 기능성 제품(8건), 생활용품(8건) 순으로 조사됐다. 라텍스 제품 중에서도 베개(66.2%)가 매트리스(28.2%)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

감마선과 베타선이 배경 준위(기본 값) 이상 검출된 품목 중 51건에 대해 라돈측정을 한 결과 88.2%(45건)에서 라돈 검출됐다. 라돈은 실내 공기 질 기준(4Pci/L·1리터당 4 피코 큐리) 이상 검출됐다. 라돈은 기체 형태여서 검측 단위로 리터당 피코 큐리를 사용한다.


시민들이 의뢰한 제품 역시 라텍스 제품(71.4%)이 가장 많았다. 건강 기능성 제품인 음이온 벨트·목걸이·팔찌·온열기 등이 12.7%, 주방·욕실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11.3%였다.

방사선과 라돈 등이 검출된 라텍스 제품 원산지와 구입 장소는 중국이 80.3%(57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민들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여행을 갔다가 여행사의 권유로 들른 곳에서 라텍스 침구류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세부에서 라텍스 매트리스 2장(싱글 사이즈)과 베개 2개를 구매한 박효진씨(38)는 "베개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는데 매일 방사선 물질을 베고 잤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며 "방사선 물질이 나오는 건 함부로 버리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기와 함께 방사능119 측정소를 찾은 최은실씨(34)는 불순물을 제거해준다는 샤워기 헤드와 세라믹 코팅 냄비를 가지고 왔다. 두 제품 모두 기본값 이상 방사선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사선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일라이트 등이 포함돼 있어 사용하지 말 것을 권유받았다.

최씨는 "아이들에게 써야 하는 거라 걱정돼서 가지고 나왔다"며 "적게 나오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음이온 라텍스 제품, 건강 기능성 제품, 생활용품 등에서도 대진침대 라돈검출 사건과 마찬가지로 방사선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생활 속 방사능 피해 의심 제품에 대해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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