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서비스를 '구매'가 아닌 '구독' 형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상품을 일정 기간마다 받아보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상품과 구독 형식의 결합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부담이 적고 개인에 특화된 점을 구독 서비스의 강점으로 분석한다.
지난 3일 국내 1위 전자책 기업 리디북스는 월정액제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구독료 6500원을 내면 1000여권의 책을 한달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앞서 교보문고 'sam'과 독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전자책업계 1위 리디북스의 무제한 구독제 도입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콘텐츠시장에 무제한 구독제를 정착시킨 서비스로는 영상콘텐츠 기업 넷플릭스가 꼽힌다. 월 7.99달러(약 8992원·최저가 요금제 기준)의 저렴한 가격만 내면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7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6년 만인 2013년 미국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HBO의 가입자수를 넘어섰다.
◇영상에서 음악, 전자책까지…'구독제' 무한확장
구독제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현재 주요 IPTV에서 영화 1편을 볼 경우 약 2000원(신작 제외)을 낸다. 구독료 1만원 내외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매달 5~6편의 영화만 봐도 기존 서비스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대학생 박모씨(25)는 "미드 1시즌을 한 편마다 결제해서 보려면 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구독료만 내면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저가 전략의 배경에는 디지털 재화의 특성이 깔려 있다. 1개 제품을 더 팔 경우 생산·배송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는 일반 제품과 달리 디지털 제품은 판매에 드는 추가비용이 '0'에 가깝다. 따라서 콘텐츠를 확보한 업체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할수록 큰 수익을 거둔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무제한 구독제 바람이 거센 이유다.
◇"고르기 귀찮아"…선택→추천
특히 구독제가 추천시스템과 결합할 경우 강력한 개인화 서비스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직접 추천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다. 넷플릭스의 빠른 성장에는 무제한 구독제와 함께 도입된 막강한 추천 기능이 있었다.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선택 장애'에 빠진 소비자들도 추천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디자이너 이모씨(25)는 "예전에는 맘에 드는 CD를 산다든가, 영화 VOD를 구매했지만 이젠 추천 서비스에 맡긴다"며 "갈수록 추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경희대 영미문화)는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개인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이런 서비스는 영상·음악뿐 아니라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제한 구독제와 추천이 오히려 취향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택광 교수는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기업의 추천 시스템이나 전문가 큐레이션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기업들은 '개인화'를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취향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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