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삼키려는 中… 美 스타트업 투자로 '기술굴기'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7.17 13:41

中, 벤처투자로 무역분쟁 우회…3D프린터·AI·로봇 등 투자 다양화

중국의 기술굴기(崛起)를 겨냥한 미국의 무역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자본의 미국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 단계인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기반의 시장분석회사 로듐그룹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FDI)는 18억달러(약 2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했다. 반면 중국계 벤처캐피탈의 미국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1~5월 23억달러(2조5850억원)로 이미 역대 최대였던 2015년 수준(24억3000만달러)에 육박했다. 연간 기준 올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벤처캐피탈은 초기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겨냥한 투자다. 일반적으로 다수 투자자가 참여해 위험을 분산하며,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차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갖게 된다. 로듐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미국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에서 적어도 1300건에 중국 자본이 개입했으며, 금액으로는 약 110억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75% 정도는 2014년 이후 발생한 금액이다.

중국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처로는 ICT(정보통신기술), 의료, 제약, 바이오 등이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3D프린터, 로봇, 인공지능(AI),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다양화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암의 조기 진단 기술을 가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이 지난 5월 중국계 투자자로부터 3억달러(3372억원)를 유치했다. 가상현실(VR) 기업 매직리프(Magic Leap), 자율주행차 기업 죽스(Zoox) 등도 중국 자본과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로듐그룹은 "중국의 대미 FDI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벤처캐피탈을 통해 미국 기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거의 제한이 없는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 등 미국 스타트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올해 들어 미국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했다"면서 "중국이 (무역전쟁에도) 미국의 테크놀로지를 계속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국 자본의 출자 비율이 25%를 넘는 기업이 미국 주요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중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면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결국 철회했다. 대신 기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 벤처캐피탈 업계도 지나친 중국 자본 규제에 반대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미 스타트업 투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IT 대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물론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 상하이차(SAIC)까지 수십 곳의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자본 규제로 미국 기업도 곤란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