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 트럼프와 무역전쟁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 2018.07.18 04:17

[송정렬의 Echo]

"주식시장이 어제 2만5000을 돌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랜만에 주가지수에 대한 트윗을 날렸다. 5310만명에 달하는 팔로워들의 반응은 확실히 뉴욕증시가 신기록 행진을 벌였던 올해 초처럼 뜨겁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1월 고점대비 1500포인트나 떨어졌다", ”증시상승의 공을 가로채지 말아라” 등 싸늘한 비판들이 눈에 띈다.

트럼프는 어디에서나 가장 주목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다. 지난해 초 취임 이후 뉴욕증시는 트럼프의 단독 무대였다. 증시는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발 친성장 정책 기대감에 랠리를 펼쳤고, 투자자들은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트럼프에 열광했다. 트럼프의 원맨쇼 앞에 경제대통령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존재감조차 미미해졌다. 지난해 다우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무려 25%에 달했다.

올들어 미국 경제는 감세효과를 타고 9년째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8%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올들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준의 예고된 금리인상 행보를 제외하면 그 주요인은 트럼프다. 올들어 보호무역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미 경제 부양을 이끌던 견인차에서 X맨(내부의 숨은 적)으로 변신하면서다.

미국이 이달 6일 34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 폭탄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보복관세로 맞섰다. 성경구절 중에서 ‘눈에는 눈’을 가장 좋아한다는 트럼프는 보란 듯이 다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막가파식 무역공세에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가장 울상을 짓는 곳은 뉴욕증시다. 무역전쟁 우려가 기업실적 호조 등 호재를 집어삼키고 있다.


정작 올해초 다우지수의 목표를 3만으로 제시했던 트럼프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오히려 향후 무역 치킨게임의 승리를 위해 가속페달을 더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국가’로 규정한 중국에 칼을 빼어들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위해서라도 만족할 만한 양보를 얻어내기 전까진 어정쩡한 타협이나 후퇴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의 기저에는 중국의 첨단기술사업 육성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견제라는 전략적 포석이 담겨있다. 미중간 무역전쟁의 장기전이 예상되는 주된 이유다.

정작 문제는 우리다. 36.7%의 미중 수출의존도, 80%의 대중수출 중 중간재 비중을 고려하면 미중이라는 고래싸움에 당장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등이 터질 판이다. 미중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기술경쟁력 등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하는 당위론적 대책은 도식적으로 도출된다. 문제는 이 처방들은 단시일내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등 기업들의 짐을 덜어주는 대책들의 실천이 요구된다. ‘말만 있고 행동이 없다’(All Talk, No Action). 트럼프가 지난 미 대선에서 기존 위싱턴 정가를 비판할 때 자주 쓰던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지적이다.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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