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최장수 CEO 블랭크페인 퇴진…골드만 '솔로몬 시대' 개막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8.07.17 12:47

금융위기 직접 겪은 장수 CEO의 퇴진…디제잉하는 솔로몬 바통 이어 받아

월가 대표 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12년 만에 교체된다. 월가 '최장수'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63·사진)이 물러나고 데이비드 솔로몬 사장(56·사진)이 선임되면 골드만삭스가 '솔로몬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CNBC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2분기 실적발표일인 17일(현지시간) 솔로몬 사장을 CEO로 공식 선임한다. 지난 3월 블랭크페인의 승계자로 내정된 솔로몬이 공식 임명절차를 밟는 것이다. 시장은 올해 말 교체를 예상했지만 선임이 다소 빨라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교체를 "월가에서 한 시대의 막이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후 10년간 월가를 호령했던 60~70대 CEO들의 퇴진이란 세대교체의 한 단면이어서다. 이제 금융위기를 직접 겪은 CEO는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2005년 12월 CEO 취임) 뿐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사진=블룸버그
◇'한 시대 막내렸다' 금융위기에도 순항한 월가 최장수 CEO 블랭크페인 퇴진

블랭크페인은 하버드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에 지원했다 낙방했다고 한다. 대신 원자재 트레이딩업체 제이아론에 들어갔는데 이 업체가 1981년 골드만삭스에 인수되면서 결국 '입사'에 성공했다. 이후 1994년 골드만의 외환 및 원자재 부서 공동대표에 올랐고, 2004년 1월 사장으로, 2006년 6월엔 CEO 겸 회장으로 승진했다.

취임 후 얼마 안 돼 불어닥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어 내며 그는 CEO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월가는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고수익의 원천이던 자기매매(프랍 트레이딩)를 철수하는 등 사업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했다.

이 시절에도 골드만은 '월가 역사상 가장 수익성 높은 은행'이란 명성을 유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은 물론 미국 경제가 휘청이던 2009년 이후에도 늘 1인당 매출액이 100만달러를 웃돌며 다른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블랭크페인이 취임했던 2006년 이후 주식수익률 역시 JP모간에 이어 2위다. 시장이 골드만삭스를 금융위기 당시 '요새'로 부르며, 초창기 금융위기의 '위너'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다.

가이 모스코우스키 오토노모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블랭크페인의 최대 업적은 2008년 업계가 무너지던 상황에서 골드만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그것도 경쟁사에 비해 훨씬 더 좋은 모습을 유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블랭크페인은 거침없는 성격 탓에 구설에도 종종 올랐다. 2009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가 '신의 일'(God's Work)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이 발언은 고연봉으로 눈총을 받던 월가에 대한 비난과 맞물리며 논란을 확산했다.

데이비드 솔로몬/사진=블룸버그

◇디제잉하는 CEO 솔로몬, 결국 후계경쟁서 승기


월가의 한 시대를 상징한 블랭크페인의 '차기' 선임엔 골드만 내부는 물론 전세계 금융가가 주목해 왔다. 솔로몬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올 유력 후보로 거론된 건 아니었다.

당초 가장 유력했던 후계자는 게리 콘 전 골드만 최고운영책임자(COO)였지만, 콘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016년 말 백악관에 입성하며 새 후계구도가 만들어졌다.

콘이 골드만을 떠난 2016년 말 솔로몬은 하비 슈워츠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골드만의 공동 COO 겸 사장으로 승진했고, 두 사람은 15개월간의 치열한 후계경쟁을 벌였다.

시장은 슈워츠를 약간 우세하게 점쳤지만 결국 솔로몬의 승리로 끝났다. 솔로몬은 3월 단독 COO에 내정되며 사실상 블랭크페인의 후계자로 지명됐고, 슈워츠는 골드만을 떠났다.

솔로몬은 베어스턴스에서 정크본드(고위험·고수익 채권) 영업을 담당하다 1999년 골드만삭스에 파트너로 합류했고, 골드만삭스가 기업 M&A(인수합병) 주관사 및 기업대출 사업을 키우는 데 공헌하며 2006년 투자은행 부문 공동 대표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솔로몬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하다. 동료들의 반대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또 솔로몬은 그의 경영 우선순위가 사내 양성평등 및 부서간 협업 개선 등이라고 밝혀 왔다.

이런 그의 개인적인 취미는 월가 CEO로선 흔치 않은 디제잉이다. 솔로몬 사장은 7년 전부터 전자음악에 빠져 DJ를 취미로 해왔다고 한다. 그는 뉴욕 클럽이나 해변에서 에서 ‘디-솔(D-Sol)’이란 이름으로 디제잉을 하며 주변인들을 초청해 오곤 했다.

한편 솔로몬이 직면한 과제 역시 녹록지 않다. 한 때 경쟁사들에게 질투의 대상이던 골드만의 트레이딩 부문은 최근 몇년간 난관에 직면했다. 금융위기 후 적은 거래량과 변동성, 적은 레버리지(차입)라는 이전과 다른 금융환경 탓에 트레이딩 수익이 구조적으로 부진해진 탓이다.

최근 모간스탠리에게 시가총액이 역전되는 등 경쟁사의 위협도 거세다. 이에 골드만은 트레이딩에서 줄어든 수익을 내기 위해 소비자금융에 손을 뻗었다. 중소형 도시에 지점을 냈고, 기업자산관리 사업에도 나섰다. 온라인 은행도 개설했다.

솔로몬이 트레이더 출신인 슈워츠를 제치고 새 CEO에 낙점 된 배경 역시 트레이딩 외 부문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골드만 내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시장은 평가해 왔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