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한국경제 성장이 멈췄다?"…통계 제대로 보기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8.07.30 06:30

[소프트 랜딩]과거 5년 경제지표 분석…색안경을 끼고 경제통계를 보면 안돼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최근 2분기 성장률 실적 발표 이후 '한국경제 위기론'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성장을 멈췄을까.

한국은행은 앞서 26일 올해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0.7% 성장은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수 언론이 한국경제가 "성장이 멈췄다"고 분석했고, 심지어 '성장률 0%대 추락'이라는 제목을 달아 분기성장률 수치를 연간 성장률로 착각하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한국경제가 심각한 '부진'에 빠졌으며, 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한국경제가 2분기에 성장이 멈추고 심지어 부진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여러 경제지표를 비교 분석하면서 확인해보자. 즉 팩트 체크를 해보자는 말이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로 보면 0.7%로 저조해 보이지만,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전기 대비 성장률이라는 것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증가한 비율을 따지는 수치이므로 직전 분기의 성장률이 높으면 통상적으로 다음 분기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고 반대로 직전 분기 성장률이 낮으면 다음 분기는 높게 나오기 쉽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기저효과'라 부른다.

과거 5년간 1분기와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추이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2015년, 2017년을 보면 1분기 성장률이 높고, 2분기 성장률이 낮아졌다. 반대로 2013년과 2016년에는 1분기 성장률이 낮고 2분기 성장률이 높아졌다. 통상적으로 본다면 1분기는 대체로 높고, 2분기는 낮아졌으며 올해 1·2분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지난 5년간 전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 평균치를 보면 1분기 성장률은 0.8%, 2분기 성장률은 0.7%다. 이와 비교해보면 2018년 1분기는 평균치보다 높은 1.0%나 성장했는데 2분기에는 평균치와 같은 0.7%를 기록했으니 최소한 성장률이 추락했다거나 침체됐다는 평가는 맞지 않는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은 확인된다. 2013년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 2014년은 3.5%, 2015년 2.4%, 2016년 3.5%. 2017년 2.8%를 기록했다. 2018년 2분기는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은 2.9%를 기록했고, 5년 평균치인 3.0%와 비교해도 불과 0.1%포인트 낮은데 이를 갖고 '침체' 또는 '부진'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부문별 지표를 살펴보면, 먼저 민간소비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5년 평균치가 1분기 0.3%, 2분기 0.3%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8년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0.7%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평균치인 0.3%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3년 1.9%, 2014년 1.7%, 2015년 1.7%, 2016년 3.6%, 2017년 2.4%다. 그런데 2018년 2분기에는 2.8%를 기록했으니 2016년을 제외하고는 최고 수치다. 따라서 민간소비가 침체됐다는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5년간 전기 대비 수출 증가율 평균치를 따져보면, 1분기 0.7%, 2분기는 0.0%다. 이와 비교할 때 2018년 1분기는 4.4%, 2분기는 0.8%를 기록해 모두 평균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더욱이 1분기의 4.4%라는 높은 증가율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2분기 0.8%의 증가율은 양호한 실적이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 5년간 2분기 수출증가율 평균치는 2.1%이다. 반면 2018년 2분기의 수출증가율은 이보다 무려 3.1%포인트가 높은 5.2%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3년 2분기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따라서 수출이 부진에 빠졌다는 평가는 완전히 왜곡된 주장이다.

한편 지난 5년간 설비투자의 전기 대비 증가율 평균치를 보면 1분기는 -0.2%, 2분기는 2.0%다. 2018년에는 1분기에 3.4% 증가했지만 2분기에 -6.6%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 투자가 침체됐다는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

설비투자의 지난 5년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5.0%인데 2018년에는 -3.9%를 기록해 설비투자의 부진함이 재확인된다. 하지만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무려 17.9%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그에 따르는 기저효과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건설투자를 보면 과거 5년간 전기 대비 증가율 평균치는 1분기 4.5%, 2분기 2.1%를 나타냈다. 반면 2018년 1분기는 1.8%, 2분기에는 -1.3%를 나타내 건설투자가 부진에 빠졌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다.

전년 동기 대비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 5년간 평균치가 1분기 5.9%, 2분기 6.3%인데 올해는 1.8%, 2분기 -0.7%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건설투자의 침체되었다는 평가는 맞는 말이다.

이상에서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과 각 부문별 지표를 팩트 체크해 본 결과 한국경제는 설비와 건설 투자가 부진에 빠졌지만, 수출과 소비 부문에서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고,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한은의 평가는 타당하다고 말할 수있다.

물론 대내외 불안요인도 적지 않지만, 현재 잠재성장률이나 거시지표 상으로 국내 경기가 크게 꺾였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아무리 경제가 걱정된다 해도 무조건 경제가 안좋다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경제지표는 모두 어둡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경제 통계를 볼 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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