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공시 '인강' 열풍…학원가 일자리 증발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 2018.07.17 04:48

지난달 교육서비스업 일자리, 1년새 10만8000개 감소…청년 일자리 감소 본격화 우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보습학원은 지난주 직원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주요 소비자인 초·중등 학생들이 기말고사 후 대거 학원을 떠나면서 인력감축을 결정한 것. 학원강사 A씨는 “교과목 강의에 1대1 학습관리를 더한 차별화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도 “‘인강’을 활용한 자기주도학습이 대세를 이루면서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학원을 떠나 개인과외를 하거나 다른 직종을 선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원강사 등 교육서비스업 일자리가 1년 새 10만여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입시는 물론 공무원시험, 영어회화 영역까지 일명 ‘인강’(인터넷강의)이 파고들면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학원시장이 크게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18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195만1000명) 대비 10만7000명 감소했다. 2015년 6월 182만1000명, 2016년 6월 186만5000명 등 교육서비스업 일자리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 지난달 전체 취업자 2712만6000명 중 교육서비스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6.8%로 전년(7.2%)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인천에서 15년간 영어보습학원을 운영 중인 B씨는 “학령인구 저하와 인강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원시기보다 학생수가 3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인력감축으로 직접 소화하는 강의수는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수입원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음식점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교육서비스업 취업자수 감소는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학습효율을 높이려는 교육 소비자들이 인강 콘텐츠에 몰린 결과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인강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부족한 과목에 대한 집중 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 주입식 강의보다 경쟁력이 높다”며 “영어 등 수능 일부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문제유형이 정형화되는 등 수능 난도가 낮아진 점도 인강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가스터디교육, 이투스교육, 디지털대성, 현현교육 등 '인강' 수능교육 기업 '빅4'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9% 성장한 매출액 6640억원을 기록하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교육업계 위기설을 불식시켰다. 특히 메가스터디교육은 교육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지난 1분기 매출액 83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공무원시험 분야 1위 브랜드 '공단기'를 운영하는 에스티유니타스도 지난해 매출액 41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9% 성장했다.

당분간 이 같은 '인강' 사업 성장이 전망되면서 교육서비스업 취업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학원 강사 등 해당 분야 취업자가 주로 20~4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교육서비스업 취업자가 급감했던 지난달 20~40대 전국 취업자 수는 1622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만1000명이 줄었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교육 소비자가 노량진, 종로 등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 분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타 강사 및 콘텐츠를 앞세운 교육기업 간 '인강'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 소비자를 상대로 한 보습학원은 경쟁력을 점차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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